미 전문가들 “잇따른 북러 민간 교류는 중국 압박용”
2024.02.26
앵커: 북한 스포츠팀이 잇따라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북한과 러시아 간 민간 교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북한의 ‘강대국 외교 전술’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26일 인터넷사회관계망인 ‘페이스북’에서 이날 북한의 ‘4.25 체육단 여자배구팀’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사관은 출발 전 순안 공항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소개하며 이들은 연해주 주지사의 초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레소자보드스크, 우수리이스크 도시들을 방문해 러시아 배구팀들과 공동 훈련 및 친선경기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사관은 이어 같은 날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오는 3월 1일부터 7일까지 러시아 시리우스와 소치에서 열리는 ‘세계청년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 조선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위원회 대표단이 러시아로 떠났다고 소개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의 환송을 받으며 떠난 북한 대표단은 세계청년축전에서 러시아 청년들과 만나 관계를 넓혀갈 것이라고 대사관은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1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크에서 개막한 제 1회 동계국제스포츠 대회 ‘연해주의 아이들’엔 선수 7명과 코치, 의료진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북한 청소년 선수단이 참가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 관광객 97명이 코로나 19 방역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마식령 스키장 등을 관광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간에 스포츠와 관광 등에서 민간 교류가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후 이어진 양국 고위급 방문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장관이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해 11월 북러 간 통상ˑ과학ˑ체육ˑ농업 정부간 위원회가 평양에서 열렸으며 지난달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공식방문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 북한지도부 전문가인 켄 고스 국장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을 지원하면서 북러 간 관계가 군사적으로 가까워졌고 이는 북러 간 민간 교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그 이면에는 중국 측에 다른 선택지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러시아와 군사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통해 북한은 중국 측에 우리는 다른 선택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자신들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쓰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정 박 대북고위관리가 최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화상회담을 한 것을 소개하며 북한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 관련해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21일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류샤오밍 대표와 화상회담을 갖고 점점 더 불안을 초래하고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동과 러시아-북한 군사 협력 심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필요성과 대화 및 외교로의 복귀의 중요성 그리고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증대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16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에 따른 것이라며 당시 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각급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분석관도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북러 관계 발전은 북중 간 낮은 수준의 상호교류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심화되는 북러 관계를 보고 시기하게 만들어 중국의 대북 관여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지난 25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북한 대표팀의 일본 입국은 올림픽 예선 경기를 치르는 점을 감안, 대북 제재 조치의 예외로 인정받아 허용됐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한미일 간 균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번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과 관여할 가능성 있고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경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러시아, 중국, 미국 간 강대국 경쟁에서 북한이 자신의 입장을 넓히려는 ‘강대국 외교 전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