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돈주’들 왜 농촌으로 몰리나?
2024.02.27
앵커: 북한 양강도의 부유층, 이른바 ‘돈주’들이 산나물과 약초를 선점하기 위해 농촌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이 자금 고갈로 허덕이는 사이 양강도 돈주들이 농촌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약초와 산나물을 먼저 장악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양강도 삼수군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1월 중순, 군 외화벌이사업소와 시 외화벌이사업소에서 고사리를 거두기 위해 농촌 마을들을 돌아다녔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거두어 들이는 데 실패했다”며 “지금 그 자리를 혜산시 돈주들이 메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외화벌이사업소에서 부른 가격은 말린 고사리 1kg에 중국산 입쌀 1.5kg, 말린 오미자 1kg에 중국산 입쌀 2.5kg이었는데 농촌주민들은 코웃음을 쳤다”며 “이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어서 중국과의 무역이 완전히 막혔던 2022년 1월의 시세였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2년 1월엔 농사가 안돼 농촌에 끼니를 건너뛰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당장 먹을 것이 중요했던 농촌 주민들은 시세보다 싼 줄 뻔히 알면서도 식량을 받고 말린 고사리와 오미자를 외화벌이기관들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하지만 지난해 농사가 잘돼 올해 겨울엔 농촌주민들에게 여유가 생겼다”며 “외화벌이기관들이 식량을 흔들어도 농촌주민들은 값싼 유혹에 휘말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외화벌이기관들이 농촌들을 돌며 말린 고사리와 약초를 거두려 했다는 소식은 혜산시의 돈주들을 자극했다”며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이 지나고 나서 혜산시의 돈주들이 자동차까지 끌고 와 삼수군의 농촌들에서 말린 고사리와 약초들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외화벌이 기관들이 농촌에서 약초와 말린 산나물을 많이 거두어 들였다”면서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이 시원치 않아 거두어 들인 약초와 산나물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북한) 외화벌이기관들은 중국 무역 대방들에게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의 가격으로 약초와 산나물을 넘기려 하고 있지만 중국 무역 대방들은 그 사이 가격이 크게 내렸다면서 우리(북한) 외화벌이 기관들에 턱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 외화벌이사업소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고사리는 kg당 평균 (중국 인민폐) 25위안(3.47달러), 오미자는 kg당 평균 55위안(7.63달러)씩 받고 중국에 팔았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중국 무역 대방들이 고사리는 1kg당 18위안(2.5달러), 오미자는 kg당 48위안(6.66달러)을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벌이기관들은 농촌에서 약초와 산나물을 더 거두어 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다만 이미 거두어 들인 약초와 산나물을 수출하지 못해 자금이 없어 더 이상 약초와 산나물을 거두어 들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자금난 때문에 외화벌이기관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 돈주들이 농촌을 휩쓸고 있다”면서 “외화벌이기관들이 농촌에서 식량을 주고 약초와 말린 산나물들을 거두는 방식과 달리 돈주들은 농촌주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약초와 말린 산나물을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돈주들은 농촌에서 고사리 kg당 (중국 인민폐) 10위안(1.39달러), 오미자는 kg당 22위안(3.05달러), 삽주뿌리는 kg당 18위안(2.5달러)을 주고 거두어 들인다”면서 “이는 외화벌이기관들이 식량을 주고 거두어들이는 가격에 비해 1.5위안(0.21달러) 정도 비싼 가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돈주들은 거두어 들인 약초와 산나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가격이 오를 때 직접 외화벌이기관들과 거래한다”며 “농촌에서 거두는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아무리 중국에서 약초와 산나물 가격이 내렸다 해도 돈주들은 절대로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