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데 산에 벌레잡이 동원된 북 학생들
2024.08.14
앵커: 올여름 남북 모두 이례적 더위와 높은 습도로 힘듭니다. 이례적 기후로 북한 일부 지역에는 산림 병해충이 극성인데, 피해를 막는다고 벌레잡이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여름방학(7.20-8.30)이 한창이지만, 학생들은 산림 병해충을 없애는 무보수 노동에 동원되면서 고달픈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달 20일부터 맹산군 읍 초·고급 중학교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지난주 초부터(5일) 산림 병해충을 잡아내는 작업에 동원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도 올여름의 이례적 더위와 높은 습도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런 기후는 산림 묘목과 나무에 병해충을 번식시켰고 이에 따라 당국에서는 산림 피해를 막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산림 병해충은 농약을 뿌려 없애야 하지만, 국가에서 농약을 공급하지 않고 산림 병해충을 없애라고만 지시하니 군당에서 여름방학 중인 초·고급 중학교들을 병해충 잡기에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초급중학교(3년) 학생의 나이는 12세~14세, 고급중학교(3년) 학생의 나이는 15~17세입니다.
<관련 기사>
양강도, 방학 기간인데 학생들 ‘보도블록 풀 뽑기’에 동원
당국이 박멸을 지시한 병해충은 깍지벌레와 송충이 그리고 벌레의 알집 등입니다. 깍지벌레는 식물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곤충으로 제때 제거해 주지 않으면 식물을 말라 죽게 하거나 그을음병을 일으킵니다. 또 송충이는 솔나방의 유충으로 소나무, 잣나무 등의 침엽수의 잎을 파먹어 피해를 줍니다.
소식통은 “한창 뛰어놀며 방학을 즐겨야 할 10대 학생들이 산마다 다니며 최근 몇 년 사이 산림 조성 사업으로 집중적으로 심은 묘목들에 일일이 허리를 굽혀 잎을 살피고, 깍지벌레나 알쓸이(알집)가 붙은 잎을 찾아내 손으로 뜯어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맹산군에 심은 묘목들은 주로 뽕나무, 잣나무, 도토리 나무의 묘목이 대부분인데 산이 한두 개가 아닌 지역이라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위해 익명요청)도 “함주군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은 여름 방학이 시작된 후부터 도로와 철길 보수에 동원되더니 이달 초부터는 산림 병해충을 퇴치하는 고달픈 노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은 학급별로 당국이 지정한 산으로 올라가 소나무와 잣나무 등에 번식하는 송충이와 알집을 찾아내 없애는 작업을 주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여름방학 기간 하루도 편히 놀지 못하고 벌레 잡기에 동원되는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들 속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나무 벌레 잡기에 동원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당국의 행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