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환자들, 의약품 부족에 고통...‘인슐린’은 돈 있어도 못 구해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3.10.17
북 환자들, 의약품 부족에 고통...‘인슐린’은 돈 있어도 못 구해 양강도 삼지연시의 삼지연시인민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식량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의약품까지 부족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당뇨 환자들에게 절실한 약품 인슐린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병나면 죽어야 한다”, 의약품이 부족하고 병원과 의사들의 의료기술과 장비가 열악해 큰 병이 나면 고치기 어렵다는 의미로 북한 일반 주민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한국 등에서는 암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북한에서 암을 비롯한 몇몇 질병은 죽을 날을 기다려야 하는 불치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의약품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당국이 자랑하던 무상치료는 유명무실해져 환자가 입원해 수술을 받는 경우 거즈나 소독약 같은 기본적인 의료용품까지 가족이 구해와야 합니다.

 

2020년부터 3년 넘게 국경이 봉쇄돼 외부와의 물자 교류가 막히면서 의약품 부족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 몇년간 급한 환자나 장기 질병 환자들이 필요한 약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며 “특히 인슐린 같은 당뇨약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가족 중에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 있는데 인슐린을 구하지 못해 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민간요법으로 콩비지를 해 먹이고 강냉이(옥수수) 수염을 달여 먹이는 게 고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인슐린을 그럭저럭 구할 수 있었다”며 “유럽산도 있고, 한국산도 있었는데 도이췰란드(독일)산이 약효가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인슐린은 모두 외국산으로 보건성 1(김정은 일가 건강 보장 담당)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외국에서 들여와 시장에 푸는 물량이 많고 나머지는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의 지원물자가 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슐린 가격은 코로나 사태 이후 몇 배 껑충 뛰었는데 제일 많은 네델란드산 인슐린의 경우 1(10ml)당 가격이 코로나 이전에는 8만원(미화 9.4달러) 정도였으나 지금은 30만원(미화 35.3달러)을 주겠다고 해도 살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전에도 인슐린이 비싸고 귀하다보니 매일 맞아야 하는 인슐린 주사를 치료 목적이 아니라 생명 연장을 위해 며칠에 한 번 겨우 맞았다”며 “온 가족이 노력해도 병을 고쳐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회령에서도 인슐린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몇년간 이어진 국경 차단으로 물자 수입이 중단돼 의약품을 비롯한 물품 가격이 비싸지고 구하기도 힘들어졌다”며 “먹는 건 쌀밥 대신 강냉이 죽을 먹으면서라도 견딜 수 있지만 병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작년과 재작년에는 해열진통제도 구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좀 풀려 약국에 가면 대중약(소화제, 해열진통제 등)은 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심장병, 당뇨병, 취장(췌장), 결핵, 간염 등의 질병에 필요한 약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내가 돈이 많은 한 (북한에 살던) 화교를 아는데 당뇨병을 앓는 그가 돈이 있어도 인슐린을 구할 수 없게 돼 병이 심해지자 올해 봄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귀국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는 질병(만성질환)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해 죽을 지경”이라면서 “일반 평민은 돈이 없어 약 살 엄두를 못 내고, 돈 많은 사람은 약이 없어 구할 수 없으니 높은 간부를 제외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북한의 각급 병원에는 간부들을 위한 진료과가 따로 있습니다. 일반 주민이 받는 병원 진료에 비해 간부 전용 진료과의 치료 여건이 좋긴 하지만 인슐린 같은 희귀 약은 최고위층 간부들을 위한 봉화진료소, 남산병원 등 한, 두개 병원을 제외하고 평양에 있는 다른 중앙병원에도 보급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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