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약초 활용 의약품 생산 확대 지시
2024.02.13
앵커: 북한 당국이 지방에 흔한 약초를 이용해 기초 의약품을 생산할 것을 시, 군 고려약(한약) 공장들에 지시했는데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시, 군 고려약공장들을 이용해 부족한 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각 지방 보건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지방에 흔한 원료와 약초로 만든 기초 의약품을 시, 군, 리 병원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약국에서 팔라는 건데 소식통들은 비현실적인 조치라고 전했습니다.
양강도 보건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시, 군 보건일꾼, 고려약공장 간부 회의가 지난 5일, 도 인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면서 “이번 회의는 내각 보건성의 지시에 따라 양강도를 비롯해 각 도별로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회의에서 8차 당대회 주요 과제인 주민건강관리체계를 말단 진료소와 병원에 도입하기 위한 대책이 논의됐다”며 “지난해 11월, ‘전국 보건부문 과학기술성과 전시회’에 출품된 기초 고려약을 시, 군 제약공장에서 생산할 데 대한 내각 보건성의 지시문도 하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부문 과학기술성과 전시회에 출품돼 효능이 입증된 기초 고려약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생산해 의료 현장에 도입하고 시, 군, 리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의약품의 50%를 지방의 고려약공장에서 생산한 약품들로 보장하라는 것이 내각 보건성의 지시”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방에 흔한 원료와 약초로 얼마든지 부족한 기초 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각 보건성의 입장”이라면서 “지방의 고려약공장들에서 만들 기초 의약품들로 패독산과 현초알약, 건위산과 사포솔, 조선고약과 링겔(링거) 등 가짓수도 정해 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이 말하는 패독산은 감기약이고, 현초알약은 설사약, 건위산은 체했을 때 먹는 약, 사포솔은 가래를 삭히고, 조선고약은 각종 피부 염증에 바르는 약품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의료부문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시, 군, 리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의약품의50%를 지방의 고려약공장에서 생산한 기초 약품들로 보장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지시”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방의 고려약 공장들은 기초 약품들을 생산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겁니다.
소식통은 “중앙에 있는 간부들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고려약 원료인 약초를 생산하고 채취하는 지방의 고려약관리소는 직원이 30명 가량인데 일할 수 있는 남성들은 모두 돌격대로 뽑혀 단천발전소 건설장과 평양시 살림집 건설장에 동원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려약관리소에서 관리하던 원료 기지는 약초들을 대부분 도둑맞아 2014년 말에 협동농장들에 회수되었다”면서 “세신, 용담초, 오갈피와 황기를 비롯해 지방에서 자라던 약초들은 무역회사마다 경쟁적으로 중국에 수출해 이제는 산에 가도 구경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고려약관리소에서 원료 기지를 되찾아 올해부터 약초를 심는다고 해도 그 덕을 보자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현초나 길장구와 같이 일년생 약초도 있지만 황기와 더덕, 오갈피를 비롯해 대부분의 약초들은 다년생 식물이어서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약초를 심고 관리하려면 땅도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약초는 주요 밀수품이기 때문에 심어서 가꾸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밭을 지키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약초를 심어 가꿀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