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물가 고공행진...서민들 “안 오른 게 없다” 한숨
2023.09.21
앵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북한 물가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쌀값뿐 아니라 대부분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북한의 식량 가격. 쌀값은 8천 원(1달러)에 육박합니다. 이 같은 식량 가격 상승은 다른 생필품의 가격 상승과도 맞물려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북한 물가에도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우리나라(북한)에서 스덴(스텐, 스테인리스)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드는 공장은 김책시에 있는 성진제강소가 유일하다”며 “그런데 요즘은 성진제강소에서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스덴 제품을 다듬고 광택을 내는 연마제가 중국산인데 최근 몇 년간 중국산 연마제 가격이 크게 올라 2020년 초까지 한 틀에 (중국) 인민폐 900위안(123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한 틀에 1,640위안(225달러)으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덴 연마제뿐 아니라 니켈 도금에 필요한 중국산 첨가제를 비롯해 수입품 가격이 모두 올라 성진제강소는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노동자들도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원인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단순히 수입품의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그와 연동된 일체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2020년 이전과 비교해 거의 배나 뛰어오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일 큰 문제는 식량 가격이 따라 오르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물가 상승과 관련해 양강도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19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익명요청)은 “올해 초 혜산 장마당에서 130그램씩 포장된 맛내기(조미료) 한 봉지의 가격이 내화(북한돈) 1만2천 원(1.3달러)이었는데 지금은 1만8천 원(1.94달러)으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또 수산물 가격은 거의 2배까지 상승해 “올해 초 kg당 내화 7천5백 원(0.8달러)이던 송어의 가격이 현재 1만3천 원(1.4달러)”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이 전한 혜산 장마당의 쌀, 강냉이를 가격을 보면 올해 초 kg당 5천5백 원(0.67달러)이던 입쌀이 현재 7천5백 원(0.82달러)까지 올랐고 올해 초 kg당 3천4백 원(0.41달러)이던 강냉이는 kg당 5천 원(0.55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각각 36%, 47% 오른 것입니다.
식량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2021년에 설치한 양곡판매소의 경우 쌀과 강냉이는 장마당에 비해 kg당 북한 돈 500원가량 싸지만 한 달에 하루 정도만 판매를 하는 등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소식통은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장마당에서 식량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올해의 경우 강냉이 가을(수확)이 한창임에도 장마당에서 다른 식량 가격과 함께 강냉이 가격도 오히려 크게 오르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식량 가격이 내리려면 다른 생필품들의 가격이 먼저 내려야 하는데 장마당의 생필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며 “대신 주민들의 돈벌이는 점점 어려워져 가난한 서민들은 요즘 같은 가을철에도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전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