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위 낮아진 압록강 접근 강력 제한
2024.09.26
앵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압록강 접근 시간을 하루 두번으로 제한하면서 강 인근에 살고 있는 양강도 농촌 주민들이 때 아닌 물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가을철을 맞으며 압록강의 주민 접근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해준 시간 외엔 강에 접근할 수 없어 압록강 인근에 살고 있는 농촌 주민들은 식수와 생활용수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요즘 같은 가을 철엔 하루가 멀다 하게 빨래감들이 쌓이는데 압록강에 접근할 시간을 얻지 못해 빨래를 못하고 있다”면서 “압록강 인근의 농촌 마을들은 마실 물조차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시 사람들은 수도가 나오니 물 걱정이 없겠지만 농촌은 수도가 없기 때문에 주변 강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압록강은 워낙 주민 접근이 쉽지 않아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여름철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압록강에서 마음대로 물도 긷고 빨래도 할 수 있어 물 걱정이 덜하다”며 “가을철인 9월 1일부터 다음해 4월 말까지는 항상 압록강 접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이 기간에 주민들은 극심한 물 고통을 겪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압록강 접근 시간은 해마다 규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사정에 따라 늘 불규칙하게 정해진다”며 “올 가을은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물을 길을 수 있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빨래를 할 수 있어 다른 해에 비해 압록강 접근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보통 압록강 접근 시간은 아침과 점심, 저녁에 각각 2시간씩 하루 세 번씩으로 정했는데 올 가을은 저녁 시간을 아예 없애 버렸다”면서 “이는 국가가 (탈북 가능성 때문에) 주민들의 압록강 접근을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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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5일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9월 1일부터 압록강에 접근해 물을 긷고 빨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진다”면서 “문제는 정해진 시간에 물을 긷고 빨래를 할 수 있는 집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아침은 6시부터 8시까지 압록강에서 물을 길을 수 있는데 이 시간은 밥을 먹고 출근을 해야 하는 시간과 겹친다”면서 “더욱이 요즘은 가을철이어서 나이가 많아 직업이 없는 노인이나 아이를 돌보던 부녀자들도 가을걷이를 위해 밭에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낮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압록강에서 물도 기르고, 빨래도 할 수 있는데 가을철 농촌주민들은 점심을 밭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일부러 빨래를 위해 집에 올 수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빨래감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밭에서 땅을 뒤지며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물이 없어 목욕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나마 마실 물과 빨래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은 소학교(초등)나 초급중학교(중등)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가정들”이라며 “소학교나 초급중학교 학생들은 오전 12시면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가정을 도와 물도 긷고 빨래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급중학교(고등) 학생들은 주변 농장들에 집단으로 동원되어 가을걷이가 끝날 때까지 집에 올 수 없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국가가 이처럼 주민들의 압록강 접근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것은 현재 압록강의 수위가 최대로 낮아진 사정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장마철 압록강 인근을 휩쓸었던 폭우가 지나간 이후 양강도에는 큰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평소 사람의 키를 훌쩍 넘던 혜산시 강구동의 압록강 물도 현재 무릎을 칠 정도로 줄었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상치 못한 탈북에 대비해 국가가 주민들의 압록강 접근을 강력히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