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방러 기간 강연 등 밤낮없이 주민 동원
2023.09.18
앵커 : 북한 당국이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기간, 밤낮으로 회의, 전시관 관람, 정세 강연 등을 조직했습니다. 방문 기간 범죄 발생을 막는 것이 목적으로 보이는데요, 주민의 생계 활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반감이 높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기간, 주민들을 반간첩투쟁, 계급투쟁에 내몰았습니다. 참석하지 않으면 반동이라는 낙인 속에 주민들은 생계를 뒤로하고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13일부터 어제(16일)까지 주민들은 강한 계급투쟁의 분위기 속에서 긴장하게 살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계급투쟁이란 적대 계급, 즉 남한과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대적 관념을 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강연회, 전시관 참관 등의 활동을 말하며 6.25, 7.27 등 전쟁 관련 기념일에 집중적으로 이뤄집니다.
주요 기념일이나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악화될 때면 진행하곤 했던 활동이 이번처럼 집중적으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원수님의 로씨야(러시아) 방문 기간, 낮에는 사적관, 전시관 참관, 밤에는 정세 강연이 집중적으로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참관과 강연은 “중앙의 지시에 따라 도 보위국과 도 안전국에서 모든 공장, 기업소, 인민반을 대상으로 조직한 것”으로 소식통은 “이 투쟁에서 이탈하는 자는 반동이라고 지정해 주민들은 꼼짝없이 따라다녀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낮에 진행된 참관에서 혁명역사사적관에서는 항일투사들의 투쟁활동을, 반간첩투쟁전람관에서는 간첩들의 반국가 책동과 탈북 주민에 대한 악선전과 입에 담기 힘든 비판이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소식통은 “어제(16일)저녁에는 9시에 지역 안전부에서 또 주민 회의를 조직해 사소한 범죄행위에도 신고와 자수, 자백할 것을 강조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무슨 범죄가 그렇게 많아 매일 같이 범죄 신고를 하라고 들볶냐며 반발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전부가 조직한 이날 회의의 제목은 ‘온갖 범죄행위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서자’ 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북한은 경제난 악화로 범죄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주민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보호를 위해 익명요청)도 16일 “요즘 계급투쟁과 반간첩투쟁이 전 사회적 운동으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원수님의 로씨야 방문 기간에 대비해 특별히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도 안전국의 지시에 따라 반간첩투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 주민은 계급의식이 불온한 반동으로 낙인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생계를 뒤로하고 날마다 반간첩투쟁전람관과 도혁명사적관 등을 연이어 참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반간첩투쟁전람관과 혁명역사사적관 참관은 도내의 각 공장, 기업소, 인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오늘도 반간첩투쟁전람관 참관에 갔다가 방금 전에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장마당에서 소채(야채)를 넘겨받아 팔고 음식을 만들어 팔아도 입에 거미줄이 칠 정도인데 이를 뒤로 하고 행사에 참가해야 했다”며 “반간첩투쟁전람관의 1관부터 5관을 돌며 격앙된 강사의 해설을 들으니 온 몸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주민들은 “가정 부양들(가정주부)에게 쓸데없이 공포감을 심어주면서 백성들을 못살게 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매일 눈만 뜨면 무슨 범죄, 또 무슨 범죄 사건에 대한 법회의가 열리니 불편이란 말로 다 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자칫 불성실하게 참가하면 반동으로 몰리게 되니 다들 억지로라도 열심히 참가하는 척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