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상업성, 말단 상업기관까지 직접 검열
2023.11.27
앵커: 최근 북한 상업성이 지방 상업봉사기관들의 현금 수입 등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상업성이 직접 말단 상업기관까지 검열하는 것은 처음인데 국가적인 자금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검열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상업성은 주민들에게 공급할 각종 생필품에 대한 생산과 분배, 문화적 수요 충족을 담당한 북한 내각의 한 행정기관입니다. 북한은 상업에 대해 주민들의 복리증진과 생활상 편의를 보장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복리증진’은 주민의 행복과 이익을 도모하는 것으로 상점, 식당 등 상업망 운영을 의미하며, ‘생활상 편의’는 주민 편의를 위한 이미용, 목욕, 각종 제품수리 등의 시설운영을 뜻합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상업에는 상품 공급과 판매, 사회급양(식당업), 편의봉사, 수매 등이 속합니다. 각 지역의 상품 공급과 판매를 담당한 상업관리소, 도매사업소, 백화점, 상점, 사회급양 산하 모든 식당, 이발, 미용, 목욕, 양복점 등의 편의 봉사부문 업종과 시설은 모두 상업성 관할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0월말 상업성에서 파견된 검열성원들이 양강도 각 지역을 돌며 상업기관들을 선택 검열했다”며 “미리 통보하지 않은 불시 검열”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검열성원들이 지역의 상업을 담당한 인민위원회 상업부와 상업관리소, 도매사업소 같은 기관이 아니라 이번에는 말단 상점, 식당, 편의시설들을 검열했다”며 “어떤 식당과 편의봉사 기관에 가서는 하루 낮 동안 봉사(영업) 현장에서 얼마를 버는지 지켜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검열성원들은 부기장부(회계 서류)를 검열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수입과 지출을 조사했다”며 “특히 국가에 바쳐야 할 이익금(법인세)을 제대로 냈는지 깐깐히 따졌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는 “상업봉사기관 책임자와 부기원이 서로 짜고 실적을 줄여 국가에 이익금을 적게 바치거나 수익금으로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는 경향이 많다”며 “사회급양부문에 이런 현상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식당들은 자체로 음식 재료를 구입해 영업을 하고 벌어들인 수입금 중 원가를 뺀 나머지를 바치는데 책임자가 음식 재료 값, 즉 원가를 부풀리면 그만큼 국가에 납입하는 이익금은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각 군 시장관리소가 국가에 바치는 수익금이 장세를 바치는 사람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사실도 지적되었다”며 “제대로 말하면 국가가 손해를 보는 건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4일 “지금 도내 상업기관들이 상업성 재정 검열을 받고 있다”며 “상업기관들이 나라에 바칠 돈을 제대로 냈는지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상업성과 도 재정국 검열성원들이 도내 상점과 식당, 편의 봉사 기관에 나가 금고를 봉인한 다음 장부를 거둬 1년간 수입금 실태와 은행 거래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며 “어떤 곳에서는 출납원과 접대원(서빙 담당)을 만나 하루 번 돈을 책임자나 회계원에게 어떻게 바치는지 물어봤다는 증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재정 검열은 비교적 운영이 잘 되는 상업기관들이 대상”이라며 “국가에 들어오는 돈이 적어 자금 유통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열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청진의 한 수매상점에서 개인들이 위탁한 상품을 팔고도 주인에게 돈을 주지 않고 똑같은 물건을 가져다 놓고는 이익금을 착복하는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는데 이번 검열에서 비슷한 부정행위가 많이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상업성이 말단 상업 기관을 직접 검열하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제품을 생산해 현물 계획을 수행하는 공장과 달리 현금으로 액상 계획을 하는 상업 기관에 대한 재정 통제가 더 심해 질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