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료종사자에 “네가 일할 병원 건설 지원하라”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4.10.31
북, 의료종사자에 “네가 일할 병원 건설 지원하라” 지난 2021년 리모델링 개원한 함경남도 인민병원.
/연합뉴스

앵커: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새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북한 20개 군에 병원 건설 과제가 새로 추가됐습니다건설 물자가 부족한 일부 지방 당국은 병원 직원들에게 지원에 나서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북한 내부소식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월 김정은총비서는 함경남도 함주군을 시찰하면서 지방공업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지역들에 병원도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했습니다특히 병원 건물 건설을 무조건 연내에 완공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30일 “운산군이 새 병원 건설에 자금과 물자를 지원할 것을 의사간호원(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에서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운산에 다양한 지방공업공장이 건설되는 가운데 중앙의 지시로 병원 건설이 새로 추가되었다”며 “공장 건설은 대부분 군인들이 맡아 하고 있지만 추가로 시작된 병원 건설은 군대와 함께 주민들도 동원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매년 20개 시 군에 각각 10개의 현대적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내 낙후한 지방을 변모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는 “병원 건설이 시작된 후 군 병원과 진료소 직원들이 매일 저녁 2시간 이상 건설현장에 동원되고 있다”며 “구급과와 직일(당직)을 서는 의사, 간호원을 제외한 병원 직원 모두가 참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며칠 전에는 병원 건설에 쓸 자금을 내라는 지시도 떨어졌다”며 “정해진 지원금 목표는 의사 10만원(미화 5.88달러), 간호원 5만원(미화 2.94달러)”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지시가 전달되자 병원 직원들 속에서 ‘겨울준비 할 돈도 부족한데 한번에 어떻게 5~10만원씩 내는가’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며 “뭘 내라는 말만 들으면 혈압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병원 초급당비서가 당국의 의도가 ‘너희가 일할 병원을 새로 짓는 데 자금과 물자를 지원하라’는 것이라며 상부의 지시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직원들의 눈총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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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지방공업공장 건설장들을 시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방 발전을 위해 각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에 더해 병원과 과학기술보급거점, 양곡관리시설도 함께 지으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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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어랑군에도 지방공업공장과 동시에 병원 건설이 시작됐는데 세부담(주민 부담)이 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 건설이 시작된 초기에는 주민들에게 뭘 내라고 하는 소리가 없어 사람들이 김정은이 직접 발기한 조치가 확실히 다르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뭘 내라뭘 하라는 독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각 공장 기업소가 병원 건설장에 매일 몇 명의 노력(인력)을 파견하고 있다”며 “읍내 주민들도 건설 물자 하차와 운반을 비롯해 급한 일이 제기될 때마다 새벽과 쉬는 날을 가리지 않고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9월 말에 농민을 제외한 군내 모든 가정 세대가 시멘트 블로크(블록) 20장씩 찍어 바쳤고 124연대 군인들의 후방 지원 명목으로 돈을 낸 것도 2번이나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새 병원 건설로 군 병원 직원들은 일반 주민들보다 더 시달리고 있다”며 “매일 하루 일을 마친 후 병원 건설 현장에 나가 몇 시간씩 일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당국이 ‘새 병원에서 일할 의사간호원들이 병원 건설 지원에 앞장서라’며 현금을 내라고 강요해 각자 최소 5만원씩 바친 것으로 안다”면서 “의사는 다른 직원보다 돈을 더 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초라하고 낙후한 군 병원 대신 현대적 병원이 건설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주민과 의료일꾼들에게 세부담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며 “주민들에게 세부담을 시키지 말라는 중앙의 지시는 형식적인 말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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