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산불 내면 반동 분자” 엄포
2024.05.13
앵커: 북한 당국이 각 지역에 입산 통제를 강화하고 산불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장기간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농작물이 파종되는 4월과 5월은 당국과 주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산에 자체로 일군 뙈기 밭을 가지고 있는 주민의 경우 겨우내 굳어진 땅을 갈고 퇴비를 뿌리고 종자를 심는 등 할 일이 많습니다.
많은 북한 주민이 산속 뙈기 밭 농사를 통해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고 있는데 뙈기 밭에 심는 작물은 주로 강냉이(옥수수), 수수, 조, 콩, 감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산불을 철저히 막을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며 “산불이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산림복구전투를 저해하는 유해행위라는 점이 강조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토요일 종업원 모임에서 산불을 철저히 근절할 데 대한 지시가 포치되었다”며 “당국은 나라의 산림녹화를 위해 애쓰는 김정은의 심혈과 노고에 보조를 맞추며 산불의 위험성과 산림보호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질 데 대해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산에 나무하러 가거나 뙈기 밭 농사를 위해 산에 드나드는 주민들이 인화물질을 가지고 입산하지 않도록 교양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해당 기관들이 인화물질 단속을 철저히 할 데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2015년부터 10년째 전체 주민이 동원되는 ‘산림복구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1단계 전투(2015~2017)에 이어 현재 2단계 전투(2018~2024)가 벌어지고 있는 데 수종이 좋은 나무 종자 확보, 나무모 대량 생산, 나무심기 및 활착률 제고, 산림보호관리 개선, 사방야계공사, 혼성림조성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산불 근절을 아무리 강조해도 봄철만 되면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며 “부령군에서만 이달에 산불이 4건 발생했지만 다행히 산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이 산림 복구를 총포성 없는 전투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요즘 무단으로 산에서 나무를 베거나 산불을 발생시키는 경우 반동분자로 몰리는 판”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기업소와 인민반을 통해 지난 10년간 노력해 이루어 놓은 산림조성 성과를 순간에 날려버리는 산불을 철저히 근절할 데 대한 지시가 전달되었다”며 “산불을 일으키는 경우 엄한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엄포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산에서 음식을 해 먹거나 담배 피우기, 또 밭 정리를 위해 불을 놓는 과정에서 산불이 발생하는데 최근 겨울에 눈이 적게 내려 수림이 말라있는 데다 뙈기 밭 농사를 위해 산에서 숙식하거나 산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산불을 철저히 근절할 데 대한 지시가 있은 후 산림초소에서 성냥, 라이터, 담배 등 인화물질 단속이 엄격해 졌다”며 “산림경영소 감독원들이 자기 담당 구역을 수시로 돌며 담배를 피우는 것을 단속하고 있고 심지어 인화물질이 있는지 주머니를 뒤지기도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전 세계 산림현황을 조사하는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GFW)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9년 사이 북한 전역에서 축구장 33개에 해당하는 약20만 ha의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한국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이 산림총국을 신설하고 처음 산림분야에 국가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등 산림조성과 복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산림 황폐화 감소와 산림 회복이 일부 관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