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교원에 밀보리 이삭째 배급…“밀·보리 먹고 어떻게 살라고”
2022.07.18
앵커: 북한 당국이 요즘 수확한 밀과 보리를 탈곡도 하지 않은 이삭째 교원(교사)들에게 식량으로 배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식량배급에 불만을 드러낸 일부 교사들이 책벌을 받았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7일 “요즘 성천군에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각 농장들에서 수확이 끝난 밀·보리를 논판현장에서 군 내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 교원(교사)들에게 식량으로 배급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고존엄의 특별 배려라며 교원들에게 논판에서 배급되는 3개월 분 밀·보리식량은 탈곡도 하지 않고 말리지도 않은 통밀·보리이삭을 단채(묶음)로 묶은 것이며, 교원들이 직접 손수레를 끌고 집에까지 운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에 교원들 속에서는 당국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원들에게 ‘직업적 혁명가’의 의무를 다하라며 장사도 못하게 통제하더니, 이삭째로 묶어놓은 밀·보리 겉곡식(탈곡하지 않은)을 식량배급으로 주고 있다며 씁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교원들은 나라에서 배급받은 밀·보리이삭을 자택 마당에서 건조한 다음 방앗간에서 탈곡 과정을 거쳐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앗간에 전기가 오지 않아 절구질로 직접 밀·보리를 탈곡해 식량으로 먹으며 “돼지도 밀·보리 먹으면 허약에 걸린다는 데 하루종일 강의하는 교원들이 밀·보리를 먹고 힘을 내겠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당에서 배급한 밀·보리 식량에 교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뒷조사한 학교당국은 성천군 고급중학교 수학교원 한명과 체육교원 한명을 시범꿰미로 경고 책벌을 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지난주 초부터 정주에서도 각 농장마다 수확이 끝난 밀·보리이삭을 단채(묶음)로 시내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 교원들에게 식량배급으로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각 농장들의 알곡재배구조는 당중앙(김정은)의 식량증산 정책에 따라 옥수수 대신 6월 중순 이후부터 수확이 가능한 밀·보리를 많이 심었다”면서 “수확한 밀·보리는 건조와 탈곡 과정을 거쳐 교원들과 주민식량으로 배급해야 하지만 당국은 밀·보리를 탈곡할 전기가 부족하다보니 논판에 베어놓은 밀·보리단 그대로 공급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에 교원들은 논판에서 밀·보리단을 손수레로 운반해 집에서 손절구로 탈곡해 끼니를 이으면서 ‘이게 당국이 교원을 우대한다며 배급해준 식량이냐’며 불만을 드러내다가 경고 책벌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의 초·고급중학교 교사가 학교당국으로부터 경고 책벌을 받으면 1~2년 동안 학급 담임 자격이 박탈됩니다.
북한에서 20년여 간 학교교사로 근무하다 2014년 한국에 입국한 한 탈북민은 “북한에서 교사에 대한 경고 책벌은 연대적 책임이 가장 많은데, 학급학생들이 패쌈을 하거나 한국영화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담임교사에게 무보수 책벌이 적용되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학급담임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교사들에 대한 책벌 방식이 달라진 것은 교사들의 월급이 담배 한 갑도 살 수 없는 가치여서 무보수 책벌이 무의미해지자 학급을 담임한 교사들이 학부형으로부터 생활비 등을 도움받아가며 생계를 꾸려가는 현실에서 학급담임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