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북한서 ‘혼밥’ 확산
2024.08.16
앵커 : 북한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군대, 돌격대 등의 집단생활에서 먹는 문화가 많이 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기가 별도로 챙겨간 음식은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먹으며, 친구와도 나누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웃과 친구에게 먹거리를 나누는 것은 남북한 다르지 않은, 한민족의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화가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북한에서는 자취를 감췄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4일 “이제는 군인이나 돌격대, 대학 기숙사생들이 식사 시간에 자기가 먹을 음식을 따로 챙겨서 식당에 간다”며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하면서도 자신이 챙겨 온 음식을 절대로 다른 친구들과 나누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술 한 병, 기름 한 방울도 서로 나눴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음식을 나누던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초기 평양시에서 군사 복무를 하는 병사들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군인들로부터 시작됐지만 지금은 돌격대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생들 속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굳어졌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배가 고파도 혼자만 먹을 수 없어 몰래 장마당 등에 나가서 간단한 음식을 사 먹었지만 이제는 음식들을 당당하게 식당에 챙겨와 혼자 먹어도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내가 가진 것만큼 먹고, 나의 먹을거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원칙이 되어 버렸다”면서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 속에서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것에 대해 나이 많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서로 음식을 나누던 정이 사라지고 너무 삭막해졌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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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군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5일 “집단생활에서는 자신에게 차려진(배식해 주는) 밥의 양으로 절대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보탤 음식을 챙기고 그걸 다 같이 나눠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자신이 챙겨간 음식을 따로 혼자 먹어도 누구도 나누어 먹자는 말을 못 한다”면서 “부모, 형제가 너무도 힘들게 벌어 보낸 돈으로 음식을 마련하고 있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이후 “힘이 약한 사람도 음식을 빼앗길 걱정이 없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잘 사는 집 자식의 경우 끼니마다 따로 보탤 음식을 마련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하루 한 끼 정도의 음식만 마련한다”면서 “배가 고프면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저녁 식사 시간에 따로 보탤 음식을 챙긴다”고 말했습니다.
또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으려면 가족들로부터 최소 한 달에 2만 5천 원(1.61달러)을 지원받아야 한다”며 “2만 5천 원은 매일 두부 반 모 먹을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드물기는 하지만 잘 사는 집에서는 군대나 돌격대에 간 자식에게 한 달에 5만 원(6.45달러), 돈주나 높은 간부의 집에서는 한 달에 10만 원(6.45달러)까지 보낸다”며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한 달에 3만 원(2달러) 정도의 돈을 가족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배를 채우기 위해 따로 챙긴 음식을 제각각 먹는 모습은 이젠 너무도 익숙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어색함을 지울 수 없는 건 딱 한 가지인데 유리로 된 작은 병에 식용유를 챙겨와 자신의 국그릇에 쏟는 모습”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식용유를 국에 넣는 것은 지방을 거의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양을 챙기기 위한,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자구책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