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해 방지’ 공언, ‘자력갱생’으론 어려워”
2024.08.30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수해를 입은 지역을 찾아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른바 ‘자력갱생’ 노선만으로는 이에 필요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재해 복구 중대 조치들을 발표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현장 연설을 통해 다시는 수해를 입지 않도록 영구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수해 지역에 생활용수 보장, 살림집과 공공건물 안전성 공사, 제방 설계와 공사, 농작물 생태 개선 등 과학기술에 기반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이어 “기상 예보의 신속한 통보 체계를 확립하여 예견되는 피해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다만 수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그 복구와 관련해선 한국과 국제기구 등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극복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조건 없이 수행할 것을 지시한 연구·개발 과제들을 북한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이른바 '자력갱생'을 통해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변상정 북한연구실장과 김승우 연구원은 30일 ‘최근 김정은의 수해 대응 지시를 통해 본 북한의 연구개발 현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연구개발과 기술 도입에 필요한 자본 축적은 북한 내에선 요원하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지시한 과제가 과학기술 연구개발 및 기술 도입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로 올라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필요한 충분한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변상정 북한연구실장: 북한은 과학기술 발전에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 축적이 전혀 없고 김정은 일가의 사치, 체제 유지를 위해 간부들에게 선물을 하는 정치 문화 등으로 자금을 다 소비하다 보니 정말 국가와 경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자금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연구개발 현실을 도외시하고 민생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성과를 쥐어짜듯 독촉하는 김정은의 잘못된 인식이 북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북한 연구기관에는 자금과 환경, 과학기술자료 등 필요한 모든 것이 결여돼 있는데다 ‘체제 생존’을 이유로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고 희소한 자원을 민생 개선이나 경제발전이 아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등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방과 기초과학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역에서 설비와 인력, 투자 부족으로 첨단 핵심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는 상황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김 총비서가 지시한 대로 수해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투자가 향후에도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변상정 북한연구실장: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처하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다면 연구 자금이 들어올 곳은 거의 없습니다. 연구자들이 북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기술들을 모방하고 중국 부품 등을 활용해 모조품만 만드는 식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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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연구계획상의 개발 자금 계획은 국정 가격에 따르지만 실제 지출은 대부분 시장 가격으로 집행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무리 당국이 이른바 ‘당근과 채찍’으로 실적을 강요한다 해도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수해 복구가 완료되면 김 총비서가 또 다른 과제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고, 기존 문제들은 다시 소외되는 악순환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비효율성과 소모성은 사회주의 체제의 고유한 특성이며 "구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혁·개방과 체제 전환을 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