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옥수수 수확 동원 뒤 여학생들 몸수색
2023.09.18
앵커: 북한의 옥수수 가을(수확)이 시작되면서 초·고급 중학교(남한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옥수수를 훔쳐 가는 행위를 단속한다며 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의 몸을 샅샅이 수색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9월 들어 북한 농장마다 옥수수 가을(수확)이 한창입니다.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이삭을 하루라도 빨리 탈곡장에 운반하고 오사리(겉껍질)를 벗겨야 건조와 탈곡이 이어지면서 실수확 손실을 줄일 수 있는데 여기에 학생들이 총동원됐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주 초부터 증산군에서 초·고급 중학교 학생들이 농장마다 파견돼 강냉이 가을전투에 동원됐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냉이 가을전투에 학생들은 오전 수업 끝나고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동원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남학생들은 주로 강냉이밭에서 수확한 강냉이 이삭을 탈곡장까지 등짐으로 나르고,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운반한 강냉이이삭의 오사리(겉껍질)를 벗기고, 오사리를 벗긴 강냉이를 다시 창고에 쌓는 일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강냉이 운반과 오사리 벗기는 작업이 끝나면 남녀를 막론하고 학생들은 전부 강냉이 이삭을 훔쳐 가지 않는지 농장 순찰대의 몸수색을 받고서야 집에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장 순찰대는 보통 해당 분주소(파출소)가 농장원들을 뽑아 조직하는데 보통은 길거리에 짐을 지고 지나가는 성인을 단속하였으나 올해는 가을걷이 동원된 학생들까지 꼼꼼히 수색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북한이 내세운 주요 과제가 농업증산이므로 지방정부 간부들과 협동농장 간부들은 국가가 부여한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당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에 수확한 알곡량이 유실되지 않도록 1 킬로라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소식통은 “순찰대 수색은 학생들이 강냉이 알을 주머니에 넣지 않았는지, 허리춤에 강냉이이삭을 숨기지 않았는지 몸을 뒤지는 방식이지만 일부 학생들이 ‘왜 나를 도둑으로 모냐’며 옷을 들추는 순찰대의 손을 뿌리치는 등 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농민으로 일하는 한 소식통도 “용천군에서도 지난주 초부터 초,고급 중학교 학생들이 농장마다 파견되어 강냉이 가을에 동원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곳 농장에서도 “여학생들은 강냉이대에서 이삭을 따고 남학생들은 이를 마대로 넣어 등에 지고 탈곡장까지 운반하는 일을 한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특히 학생들은 귀가하기 전 학급별로 줄을 서 농장순찰대의 몸수색을 받는다”며 “이러한 몸수색이 매일 반복되자 순찰대와 학생들이 충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여학생의 항의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학생들과 함께 강냉이가을에 참가했다가 현장을 목격했다며 “고급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자기 몸을 뒤지려는 순찰대에게 자기가 직접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보이며 ‘강냉이 도둑이 아니니 내 몸에 손을 대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항의했고 뒤에 섰던 여학생들도 목소리를 높여 몸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봄철 모내기전투는 초·고급중학교 학생수업을 임시 중단하고 도내 협동농장에 학생들을 파견해 숙식을 제공하며 40일 정도 동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가을걷이 전투인 옥수수나 벼가을에는 수업을 중단하고 농장에서 15~20일 정도 숙식하며 일하던 방식 대신 수업을 마치고 농장에 파견되는 방과 후 노동으로 점차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봄철보다 가을철에 노력이 덜 필요하다는 점과 수확된 식량의 유실을 줄이려는 조치인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