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하나화학공업 지지부진에 북 과학자 ‘자아비판’
2024.05.22
앵커: 북한 평안남도 순천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탄소하나(C1) 촉매제 개발 연구가 수년 째 실패하자 북한 당국이 마침내 연구에 동원된 과학자들을 자아비판 무대에 세웠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추진하는 탄소하나(C1)화학공업이란 석탄을 고열로 가스화하여 일산화탄소나 메탄올과 같은 화학물질에서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36년 만에 개최된 당 제7차대회(2016)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제시한 배경은 국내 매장된 석탄을 자원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응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주 초부터 이틀 간 탄소하나공장에서는 탄소하나 촉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사상투쟁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내각 화학공업성 산하 화학공장연합기업소 소속 탄소하나공장은 2016년 평안남도 순천지역에 착공되어 건물 공사와 일부 설비는 구축되었지만 9년 째 준공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중앙당 그루빠(지도소조)의 지도 하에 진행된 사상투쟁에서는 수년 째 연일 탄소하나 촉매를 개발하는 연구가 실패하며 탄소하나공장이 준공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과학자들의 자아비판이 사상 투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당 제7차대회(2016)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전략을 제시한 북한은 에너지 자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발표하고 김일성종합대학과 국가과학원 등에서 선발한 수십여 명의 기술 연구진을 순천지역에 파견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탄소하나공장이 착공된 2016년부터 현장에 파견된 연구진은 석탄 가스화로 메탄올이 나올 때 발생하는 수소를 다른 물질(촉매제)로 대체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국내 매장된 석탄을 가스화하여 인공석유와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탄소하나화학공업은 김일성시대와 김정일시대에도 거론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주체공업으로 실현하도록 강조하면서 국가 예산과 기술인력이 투자하는 것은 수차례 핵실험으로 유류 수입 제한 등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에너지난에 의한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그는 이어 “석탄을 가스화 해 탄소 하나로 이루어진 일산화탄소가 생기면, 이것을 메탄올로 바꿀 때 발생하는 수소를 다른 물질(촉매제)로 개발해야 탄소하나공업이 실현된다”며 “방대한 규모와 기술이 필요한 탄소하나 촉매제를 개발하려면 선진국가 기술을 수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당국은 탄소하나 촉매제가 개발되지 못하는 건 과학자들의 사상적 각오가 부족한 것이라며 사상 투쟁을 진행하고 있어 과학자들의 사기가 더 떨어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탄소하나공장을 완공하는 기간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기간(2016-2020)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나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8월 국가비상방역 승리가 선포된 후 탄소하나 촉매를 개발하는 연구가 다시 추진되면서 연구에 동원된 과학자들의 사상 검열이 이번에 처음 진행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