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수출’ 북한 맥주, 알고보니 중국산?
2024.09.04
앵커: 러시아로 수입된다는 북한산 맥주가 사실은 중국산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맥주가 러시아 정부에 등록되는 과정에서 북한산으로 잘못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산 맥주를 수입하는 업체로 알려진 ‘보스토크비르트레이드’(Vostokbirtrade) 관계자는 4일 러시아 언론 RBC에 “실수로 연방정부에 중국 업체가 북한으로 잘못 등록됐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맥주는 ‘흑룡강전윤맥주’(Heilongjiang Quanrun Beer Co.)가 생산하는 ‘신바루(XINBALU) 1999’와 ‘스테이션 하얼빈’(Station Harbin)으로, RBC가 전날(3일) 보도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RBC는 당시 러시아 연방승인청(Rosaccreditation) 자료를 인용해 ‘보스토크비르트레이드’가 북한산 ‘흑룡강전윤맥주’를 러시아에 수입할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보스토크비르트레이드’는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에 위치한 ‘콤소몰스크나아무레’(Komsomolsk-on-Amur)에 등록한 회사로서 맥주 도매업을 주로 하는 업체입니다.
이후 러시아와 한국 언론은 물론 로이터 등 외신들도 러시아가 북한산 맥주를 수입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가 보도 하루 만에 “해당 맥주는 중국산이며 등록신청서에도 중국이 원산지로 명시되어 있다”고 RBC에 해명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연방승인청 언론 담당자도 RBC에 “업체가 직접 연방승인청에 정보를 등록한다”며 “이번 경우 업체가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업체가 관련 정보를 올바르게 입력할 수 있도록 통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정부의 기업 정보 웹사이트에 따르면 ‘흑룡강전윤맥주’는 지난 2015년 9월 설립됐으며, 중국 수이화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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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해프닝에도 북한산 맥주가 러시아에 수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회사가 북∙중합작이라면, 사무실은 중국에 있지만 북한에서 생산한 맥주를 러시아에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수 전 한국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보스토크비르트레이드’의 해명이 나오기 전인 3일 RFA에 북한과 중국이 설립한 합작회사가 만든 맥주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동강 맥주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1년 8월 러시아 방문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티카맥주 공장을 견학한 후 러시아와 합작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종수 전 한국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이 맥주를 수출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야 됩니다. 또 북한의 노동력이 많이 진출하고 있어 자국민 소비도 되고 러시아인들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공급하며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해왔지만, 북러 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6월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을 체결하고 군사, 무역, 경제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