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체류 수재민들 “온종일 조직생활 답답”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4.09.06
평양 체류 수재민들 “온종일 조직생활 답답” 지난달 15일 평양에 도착한 북한 수해지역 주민들.
/연합뉴스

앵커: 최고 지도자 김정은이 평양에 초청한 북한 수재민들이 사상학습 등 조직생활에 하루 종일 참여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북한 내부소식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8 15 일부 수재민들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수해복구가 끝날 때까지 친부모 못지않게 돌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그 후 20 여일이 지난 가운데평양에 체류하는 일부 수재민들이 ‘감옥살이’ 같다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주말(8.30) 평양출장 갔다가 의주군 수재민들 속에서 로당원(당 생활 연한이 긴 당원)으로 선발되어 평양으로 초청된 큰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첫날은 그냥 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에 체류하는 수재민들은 학생과 어린이, 노인여성들이 따로 4.25여관과 열병식 훈련기지에서 숙식하고 있는데친척 면회가 안 돼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틀 후 잘 알고 있는 평양 간부의 인맥을 동원해 큰아버지를 면회했는데, 평양에 체류하는 수재민들이 이밥은 먹지만반찬은 기름이 동동 뜬 배추국에 가지나물 등이라고 큰아버지가 말해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일을 맞이한 수재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 생일상을 몰아 차려주는데, 몇 점의 닭고기가 떠있는 국과 밥계란 한 알단물(쥬스한 병이 전부”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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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평양에 도착한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소식통은 그러면서 “수재민들이 평양에 체류하며 힘들어 하는 건 아침 6시 집체 기상한 후 아침체조와 노동신문 독보, 최고존엄의 인민사랑을 선전하는 사상학습 등 조직생활이 밤 9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전국의 공장기업소, 농장, 대학 할 것 없이 아침 출근하여 노동을 하기 전, 새로 나오는 당 정책을 전달하는

30분 정도의 모임이 있는데, 이것을 '독보회'라고 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평양에 체류하는 수재민들은 손전화 사용이 허용되지 않아 지방에 있는 친척들과 통화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재민들이 평양에 초청돼 열차를 타는 순간부터 손전화를 소지할 수 없도록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니다. 

 

소식통은 “최고존엄의 인민사랑으로 일부 수재민들이 수해로 무너진 살림집건설이 완공될 때까지 평양에서 임시 숙식하도록 조치되었지만, 해당 조치를 진심 반기는 수재민은 그리 많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수재민들의 평양 체류 생활은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집체로 밥을 먹고 집체로 이동하여 평양에 자리한 혁명사적지나 열사릉을 돌아보며 최고존엄을 진심으로 따르자는 사상학습에 참가해야 하는 조직생활의 연속”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평양체류 기간 하루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조직생활로 답답함을 느끼는 일부 수재민들은 ‘평양 감옥에 있는 것’ 같다고 호소하면서 농촌이라도 살던 고향에서 천막을 치고 장사하며 사는 게 편할 것 같다는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앞서 북한 관영 전매체는 지난 8 15일 김정은 총비서가 7월 말 압록강 수해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 속에서 13천명을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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