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ICBM 발사에 “필요한 모든 조치할 것”

앵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들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1일 아침 동해상으로 올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한 북한.

한국 군 당국은 이날 아침 7시 10분쯤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장거리탄도미사일을 포착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천 km 비행 후 동해상에 착탄하였으며, 우리 군은 미 측과 긴밀한 공조 하에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활동을 추적해 왔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이 북한의 신형 고체 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일 수 있다면서, 최근 공개한 12축짜리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서 쏘아 올렸을 가능성을 두고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현장을 찾아 이번 미사일 발사가 적에 대응의지를 알리는 적절한 군사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ICBM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현지 시간으로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한 지 다섯 시간 만에 이뤄졌습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ICBM 도발에도 한 목소리를 내며 비판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실로부터 군이 미사일 발사를 포착한 사실을 즉시 보고받고 “강력히 대응하면서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이날 열린 한 행사를 찾은 자리에서도 북한 ICBM 발사를 언급하며 “뒤로는 몰래 러시아에 용병을 보내고, 앞으로는 한국의 안보를 직접 겨누고 있다”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엄중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군은 따로 ‘대북 경고성명’을 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김정은 정권의 불법적이고 무모한 도발을 규탄한다”며 쓰레기 풍선 부양과 대러시아 파병, 핵실험 준비 등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안찬명 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의 말입니다.

[안찬명 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적 도발을 지속적으로 북한은 감행하고 있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

션 샤벳(Sean Savett)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번 발사가 “북한이 자국민의 안녕보다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모든 국가가 이를 규탄할 것과 북한이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국가안보팀은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인 한국,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도 “이번 발사는 국제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폭거”라며 “탄도미사일의 거듭된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행동은 지역·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양국 군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대규모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한국 공군과 주한 및 주일 미군의 주요 공중전력 1백10여 대가 참여한 이번 훈련에선 북한 TEL을 가정한 표적을 전투기가 공격해 폭파하는 연습이 이뤄졌습니다.

이날 TEL에서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조치도 단행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고체추진제와 동체, 연소관, 구동장치 등 미사일 개발과 생산 전반에 필요하면서 북한이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15개 품목을 ‘고체 추진 미사일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으로 새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들 물품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 의무 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고시’에 따라 제3국을 우회한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됩니다.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지 약 10개월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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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국, 미국 정부 대표와 러시아, 북한 정부 대표는 유엔 안보리가 현지 시간으로 3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러시아 파병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에서 “파병된 북한 군이 군사 목표물이 돼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다”며 “병사들이 러시아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김정은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같은 자리에서 “북한 군이 전장에 투입된다면 이는 갈등이 심각하게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러시아가 점점 절박해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