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 ‘조태열 방중’ 비난에 “일고의 가치 없어”
2024.05.16
앵커: 한국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할을 중국 측에 당부한 것에 북한이 비난하고 나서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6일 관영매체를 통해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방중 메시지를 강하게 비난한 북한.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주일 한국 외교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이주일 한국 외교부 부대변인: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 장관은 금번 방중 시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였으며, 중국은 대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측과 계속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조 장관 방중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찾은데 대해선 “북러 교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양국 간 교류 협력이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 장관이 중국에서 전한 메시지를 겨냥해 “북한의 존위와 위상에 먹칠을 해보려고 불손하게 놀아댔다”, “한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외교관들이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한국 통일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관련 외신 보도를 봤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4일 “푸틴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아시아 방문을 활용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한 데 대한 입장 표명입니다.
모스크바에서 평양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방문만을 위해 동아시아를 찾기는 어려운 만큼, 이번 방중 기회를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처음 북한을 찾은 지난 2000년 7월에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G8, 즉 주요 8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활용해 방일 직전 평양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총비서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꼽히는 미 공군 F-22 ‘랩터’가 이날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한국 공군에 따르면 미 공군 F-22 두 대와 한국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두 대는 충청지역 상공에서 근접 공중전투 기동훈련을 했고, 훈련은 양국 전투기가 공격과 방어 역할을 번갈아 맡아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한미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무기인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강력한 대북 억제능력을 과시한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랩터의 한국 방문이 “인도·태평양 지역 지휘 통제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지점에서 전력을 배치할 수 있는 미 태평양 공군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공군은 오는 17일부터 24일까지는 청주에서 2024년 전반기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을 실시합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 공군은 내일부터 24일까지 공중전투사령부 주관으로 2024년도 전반기 소링 이글 훈련을 실시합니다.
공중전투사령부 주관으로 열리는 이 훈련엔 F-35A, F-15K 등 60여대의 항공전력이 참여하며, 적 전투기와 무인기 침투, 순항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하는 방어제공훈련, 도발 징후를 파악한 뒤 적의 이동식 발사대(TEL) 등 도발 원점을 사전에 파괴하는 항공차단훈련 등이 시행됩니다.
지난 2008년부터 한국 공군 단독으로 1년에 1~2차례 실시돼 온 ‘소링 이글’ 훈련은 남북대화 분위기를 고려해 2018년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지난 2022년부터는 다시 훈련 사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