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주한쿠바대사관 개설 협의 본격 개시
2024.05.13
앵커: 북한의 오랜 동맹국인 쿠바와 한국이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주중국쿠바대사관 공사참사관은 한국을 찾아 서울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의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외교관계 수립을 전격 발표한 한국과 쿠바. 지난 2월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2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에서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날 한국에 입국한 알주가라이(Mario Alzugaray Rodriguez) 주중국쿠바대사관 공사참사관은 13일 한국 외교부 측과 공관 개설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알주가라이 공사참사관은 이날 외교부 중남미국장과 의전기획관을 각각 만나 공관 개설 절차 전반을 설명하고, 개설에 필요한 지원을 해 나가는데 합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양국이 상주대사관 개설 절차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말엔 한국 측에서도 송시진 외교부 조정기획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 양국 수도인 서울과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설치하는 데 합의하고 이를 확인하는 외교 공한을 교환한 바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9일 수리남에서 열린 제29차 카리브국가연합(ACS) 각료회의에 참석해 쿠바를 비롯한 25개 회원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조 장관은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왕이 부장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을 위한 동력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은 대외관계를 이른바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관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한중관계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장관은 양국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 여러 지정학적 갈등, 세계적 차원의 공급망 불안 등 다양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양자관계뿐 아니라 공동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와 한중관계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또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조율중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 등도 협의했습니다.
앞서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인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 장관은 “왕이 외교부장과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가 “한국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기하고 중국 측의 의견도 듣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선 최근 지정학적 환경 변화로 난관을 만났다며 “한중 간에 어떤 협력이 가능할지, 중국이 어떻게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또 북러 군사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이 같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고 그런 만큼 북러 간의 교류협력은 안보리 관련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한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처음이며, 한국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찾은 건 지난 2017년 11월 당시 강경화 장관 이후 6년 반 만입니다.
지난 2022년 8월 당시 박진 전 장관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부장을 만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