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민주주의 사법제도의 힘
2024.11.21
지금 남한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뉴스는 남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지방재판소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남한 국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고 이재명 당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라서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 청취자들은 이것이 정치투쟁 때문에 생긴 일이고,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모략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재판은 불가피하게 정치 투쟁과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남한 사회에서는 보수파이든 진보파이든 법을 지키는 데 있어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야는 상대방의 핵심 지도자들이 불법 행위나 과오를 저지른 적이 있는지 항상 지켜보고 문제가 발견한다면 조사를 받도록 하고, 과오를 저지른 사람이 유죄 선고를 받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최대 야당의 대표는 선거법 위반 때문에 재판을 받았는데요. 그러나 여당 정치인들 그리고 특히 여당 출신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조사를 받고 감옥으로 간 적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잘 기억하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법행위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고, 몇 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러분들은 북한 간부에 대한 숙청과 혁명화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과오를 저지른 간부들은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따라 유배를 당하고, 혁명화를 받지만 이런 처벌에서도 남북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분명한 차이는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처벌을 받는 절차입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가 결정합니다. 남한에서는 적어도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부터 문제가 생긴 정치인들은 투명한 조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서류가 종이로 작성됐던 시기에는 신문에서 요약해서 공개했는데요. 요즘에는 인터넷 덕분에 수천, 수만 페이지의 자료를 직접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해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요?
과오나 실수를 저지른 정치인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반대 세력을 의식합니다. 또 자기 잘못으로 조사와 수사, 사법적인 판단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법행위를 피하고자 노력하거나 조심스럽습니다. 또 투명한 조사나 공개되는 재판 때문에 문제가 된 정치인을 지지하는 정치 세력과 일반 국민들은 그들에 대한 기소의 내용을 보고, 그 기소가 얼마 정도 믿을 만한 것인지 판단합니다. 기소에 대해서 의심할 경우, 그 정치인의 지지자들은 집회 등을 통해 의사를 표현합니다. 또 신뢰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피해를 본 정치인을 선거에서 지지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간부에 대해 최고지도자가 직접 형을 내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간부를 직접 관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간부들의 잘못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간부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보다 훨씬 심한 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에서는 심화조 사건과 같은 일은 상상하기 조차도 힘듭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민주주의는 완벽한 체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자들의 잘못, 부정부패, 비리 등을 놀라울 정도로 제어하고 수정하게 하는 힘이 작용하는 체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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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