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간부를 바꾸면 나라가 나아지나?
2024.12.05
노동신문은 지난주 김정은 총비서가 신포의 양식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북한 건설업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은 '건축설계가 해당 시설의 용도와 능력, 기능성 측면보다는 직관적 효과에만 치중되고 타산 없이 규모를 정하는 등 취미본위적이고 무규율적이며 경제적 실리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폐단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비판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3년간, 김정은은 수해 피해 지역이나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비판했고 관영언론은 이 발언을 열심히 전달했습니다. 김정일도, 김일성도 간부를 자주 질타했지만 당시 이런 발언은 일반 주민들도 볼 수 있는 신문 기사로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전형적인 정치인들의 민심 관리 방법입니다.
인간의 심리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왕, 임금 같은 최고지도자를 추앙하고, 그 아래 간부나 관리들이 문제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농민전쟁 때도 농민들은 황제나 왕을 공격하는 대신에 지방 관리들을 미워하고 공격했습니다.
최고지도자는 이런 심리를 활용하는 겁니다. 서민들 앞에서 간부나 공무원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인기를 올리고 동시에 잘못에 대한 책임도 간부들에게 돌립니다. 또 백성들은 최고지도자가 조만간 나쁜 간부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체하면 나라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환상과 달리 세계 어디에 나라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그 나라 간부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문제는 최고지도자이고 또 백성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사회경제 구조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북한에서도 개인이 경영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런 식당에서 장사가 안된다고 식당 주인을 비판하나요? 이미 식당 주인은 자신이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없다면 식당이 곧 망한다는 걸 잘 압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 주인은 음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 구조의 압박입니다.
북한에서 양식소이든 건설기업소이든 관리하는 사람들은 국가에 의해서 임명되고, 국가가 주는 돈으로 살아가는 간부들입니다. 그들이 일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일까요? 상부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 상부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간부들은 쓸모가 없더라도 보기에는 그럴듯한 공장 같은 걸 건설합니다.
그들은 비판을 받더라도,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겁니다. 북한의 구조적인 압박은 그들이 품질과 실용성에 대해 신경을 쓸 이유가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좋은 방법이 있는데요. 민주국가의 경험에서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배우면 됩니다. 민주국가가 아닌 중국과 러시아도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나라는 시대착오적인 명령식, 국가 계획식 경제를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