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무인기 등장의 의미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10.17
[란코프] 무인기 등장의 의미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대북전단.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최근에 한반도 상황이 더욱 긴장되는 조짐이 보입니다. 북한은 10월 초 남한의 무인기가 여러 번 북한 영공에 침투하고, 북한에서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요. 북한은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강한 분노를 표하며 남한을 위협하고 포격 준비까지 언급했습니다.

 

분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남북한은 서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심리전을 지속해 왔습니다.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닌데 북한은 왜 이러한 심리전 공작에 크게 분노하고 있을까요.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고립정책 즉 쇄국 정치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60~70년대 남한이라는 나라는 북한 인민들에게 매력이 없지 않았지만, 그리 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의 한국은 북한보다 이미 잘 살았지만, 남북한 생활 수준 격차는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정치 부분에서도 박정희 정권은 김일성 정권보다 진압과 통제가 훨씬 약했지만, 어쨌거나 독재정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사뭇 다릅니다.

 

한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은 북한보다 25배나 높을 뿐만 아니라, 남한은 민주 국가가 된 지 벌써 35년이 지났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얼마나 자유롭게 사는지 알게 된다면 자신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될 겁니다.

 

흥미롭게도 올해 남한 보수파 일부 단체들이 북한으로 풍선을 이용해 전단을 보내기 시작했을 때, 북한은 보복 조치로 남한으로 전단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북한 사회의 방식이 남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매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전단을 보내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전단을 보냈다고 해도 남한 사람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을 겁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쓰레기를 풍선에 실어 보내는 방식의 보복 조치가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런 북한의 입장에서 전단 살포에 풍선 대신에 무인기가 등장한 것은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풍선으로 전단을 보낼 때 가장 큰 문제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풍선으로 전단을 보낼 때 전단 대부분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지역에 떨어지거나 살포됐습니다. 그러나 무인기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으로 전단이나 전자자료를 살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인기는 평양 살림집이나 장마당 위에 전단이나 다른 자료를 쉽게 뿌릴 수 있는 기술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내용을 바꾸어서 전단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간부들이 사는 지역에서 정치를 다루는 전단을 뿌릴 수도 있고, 장사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경제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이 없어야만 국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북한 지도부는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6천 개가 넘는 북한발 쓰레기 풍선에 대해 남한 사회의 짜증이 높아가는 시점에서 이에 대응한 조치라고 이해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무인기를 보낸 주체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무인기의 등장은 남북 선전 대립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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