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실패로 끝난 북일 정상회담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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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인 2002 9 17, 세계 언론이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는데요. 고이즈미 일본 수상이 매우 갑작스럽게 평양을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수상의 방북 목적은 납치된 일본인을 구조하는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부터 일본 해안 지역에서 사람들이 사라지는 사건들이 종종 생겼는데요. 사라진 사람들은 대체로 젊은 남녀였습니다. 심지어 중학교를 다니는 어린 여학생까지 있었는데요. 그들의 행방이 묘연하던 중 1980년대 말 들어와 사라진 사람들이 북한에 살고 있다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의심이 생긴 이유는 일본에서 활동했던 북한 간첩들이 북한에서 훈련을 받았을 때, 일본인들에게서 일본어와 일본 사회를 배웠다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정황을 분석했을 때 그 일본인들이 70-80년대 사라진 사람들로 추정되었습니다.

당연히 북한 당국자들은 이것이 모두 날조, 음모, 파렴치한 모략이며 거짓말이라고 아주 열심히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증거가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일본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도 사라진 일본인들이 북한에 의해서 납치되었다는 주장을 믿지 않았습니다. 피랍자들은 고급 간부도, 군인도, 경찰도 아니며 그냥 평백성들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작은 식당 요리사, 접대원, 대학생 등을 납치할 이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것이 북한 첩보기관의 공작으로 본 사람들은 피랍자들이 북한에서 주로 공작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이용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처음엔 이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첩보기관은 일본어 교사가 필요하다면, 일본인을 납치하는 대신에, 조총련 사람들을 부르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1년 즈음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대표자들은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일본 외교관들과 비밀리에 만나고, 사라진 일본인 가운데 몇 명이 북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짜 납치되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당시에 왜 갑자기 열심히 주장해 왔던 거짓말을 그만두고 진실을 인정했을까요?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희망 때문입니다. 당시에 북한 지도자들은 북한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있고, 북한은 일본에게 옛날 식민통치에 대한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런 희망을 안고 북한은 일본 수상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김정일은 고이즈미 수상과의 회담에서 납치된 일본인 13명 중 8명이 죽었고, 5명이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고려했을 때, 8명이나 사망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북한 공작원 기관과의 관계 때문에 돌려보낼 수 없어 사망자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결국 5명만이 귀국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북한이 잘못을 사과했다는 것, 이것은 북한 기준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사과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례로 북한이 과거 잘못을 사과하자, 일본에서는 엄청난 반북한 여론이 생겼습니다. 모든 일본인이 북한에 대해 분노했고, 납치자들을 전부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양보는 아무 결과를 불러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한 역효과만 불러왔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란코프,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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