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노동신문이 언론이 아닌 이유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3.11.09
[란코프] 노동신문이 언론이 아닌 이유 한 남성이 노동신문을 평양 시내 호텔에서 읽고 있다.
/연합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11 1일은 북한 언론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1945년 바로 이날, 로동신문이라는 당중앙 기관지가 창립됐습니다. 오늘날까지 로동신문은 북한 지도자들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국가 언론에 익숙한 남한 사람들은 로동신문을 읽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소련 출신으로 젊었을 때부터 소련 언론은 읽었던 저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에 로동신문은 옛 소련 언론을 매우 충실히 모방했기 때문에 소련 신문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로동신문의 특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동신문은 소련 시대의 프라우다나 이즈베츠치야보다 이런 특징이 더 심화됐습니다.

 

우선 로동신문에서는 절대 보도될 수 없는 소식이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국내 정치에 대한 소식, 특히 로동당에 대한 소식이면 좋은 것만 보도합니다. 어떤 공장에서 전력난 때문에 생산이 멈췄다는 소식을 로동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공장이 생산을 시작한다면, 군수공업을 제외하고는 로동신문에서 보도합니다. 그러나 그 공장이 전력난이나 다른 이유로 실제 생산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로동신문에서는 공장이 가동 중이라는 거짓 보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로동신문에서는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자연재해에 대한 보도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가끔 가뭄이나 큰물을 보도하는 경우에도 보도의 이유는 사실 전달이 아닌 경제난을 인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다시 말해 경제를 잘 관리하지 못해서 생긴 어려움이 간부나 지도자의 책임이 아닌 자연재해 때문이라는 주장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특징은 몇 년 전부터 더욱 심화됐습니다. 해외 국가에 대한 보도에서 정치, 경제, 일상생활 관련 소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세계 각국에 닥친 큰물, 화재와 같은 재해를 다룹니다. 아마 세계에서 로동신문처럼 다른 국가의 재해를 열심히 알려주는 언론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 같은 보도의 주요 목적은 인민들에게 해외는 지상지옥이며 북한은 지상락원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물론 세계 어디에나 신문 대부분은 정치적 성향이 있고 보도를 하고 싶거나 반대로 보도를 피하는 기사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로동신문처럼 파렴치하게 세계의 모습을 왜곡, 날조하는 언론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로동신문에서는 북한 내부 정치에 대한 비판이 없습니다. 가끔 중하급 간부들의 잘못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국가의 정치 노선, 로동당의 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아무 비판도 하지 못합니다.

 

흥미롭게도 민주국가에서는 친정부 성향의 언론이라고 해도 종종 대통령이나 총리 등 지도층과 고급 간부를 비판합니다. 기본적으로 언론매체가 정부나 집권여당의 대변인이 될 수 없다는 의식이 주류입니다.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진짜 움직이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보다, 집권 계층이 원하는 세계의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에서 언론은 선전선동 기구에 불과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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