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한반도에서 핵무기 경쟁 시작?
2023.11.02
최근 한국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큰 관심을 받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기본 내용에는 미국과 남한이 북한 핵무기 위협을 예방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이 포함됐습니다. 북한에서는 연구소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특히 정치 문제를 포함한다면, 그 보고서 내용은 사실상 지도부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소의 학자들은 정치성이 높은 문제를 다룰 때도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정부에 이렇게 하면 좋다는 제안을 내놓습니다.
물론 정치 문제를 다루는 연구소의 보고서는 연구소의 성격에 따라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예를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은 현재 집권 중인 보수파와 관계가 있고 랜드연구소는 미국 군대와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이 정부의 입장은 아니지만, 정부의 태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과정에서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북한의 핵개발 이유는 억제 수단, 즉 방위 수단으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북핵 개발 전략을 감안하면, 북한은 머지않은 미래에 300기에서 500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보고서는 지난해 김정은, 김여정이 말했던 전술핵을 한반도에서 쓸 수도 있다는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따라서 연구소의 결론은 남한과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나갔으며 심각한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보고서는 남한이 자신의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진 않습니다. 미국에서 여전히 핵무기 확산 방지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의 기본 제안은 미국이 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한반도 근처에 배치하고,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술핵 사용을 시도한다면, 보복 공격을 위해서 즉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미국은 전술핵 기술을 개발하고 전술핵을 생산했지만, 최근에는 전술핵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해 미국은 전술핵 100기 정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보고서는 새로 생산하는 전술핵은 남한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니 남한도 전술핵 개발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최근 남한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 가운데도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면서 북한 핵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도 자신의 힘으로 핵을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남한이 핵을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로 추산되고 개발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 관계가 많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남한은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것보다 다른 전략에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미국 핵전력을 한반도 근처에 배치하는 제안이 가장 유력합니다.
이번 보고서의 제안이 한미 정부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악순환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러한 길로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