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여정의 크리스챤디올 가방이 알려주는 것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3.09.21
[란코프] 김여정의 크리스챤디올 가방이 알려주는 것 김여정(오른쪽 뒤 벽 쪽에 서있는 이)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검은 가방을 든 채 지난 15일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 방문을 수행하고 있다.
/REUTERS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 912일부터 56일 동안 김정은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남한 기자들은 이들이 러시아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대표단의 김여정의 가방이 고가의 명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오늘날 세계의 부유한 집의 여성들은 자신의 부와 위치를 자랑하기 위해 매우 비싼 가방을 듭니다. 그리고 고급 가방에는 상표별로 특징적인 표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매우 정확하게 무슨 가방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 김여정 부부장이 든 가방은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이고 이 가방 가격은 미국 돈으로 7,000달러라고 합니다. 최선희 외무상의 가방은 이보다 더 비싼데, 미국 돈으로 1만달러입니다. 이 사실이 언론보도로 전해지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분노했습니다. 북한 국내에서도 외국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대부분도 아마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일반 주민보다는 돈이 있고, 사치품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1970~80년대, 소련에서 살던 당시 소련의 반공산주의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소련공산당 고급 간부가 많은 특권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러시아 평백성들은 반체제, 반공산당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공산당 간부들을 대체한 고위 공무원의 생활 방식을 보면, 공산당 간부보다 특혜가 더 많았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특별 보상은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어디에서나 거의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일반 사람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고급 간부라고 해도 일반노동자와 대체로 비슷한 임금을 받을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보상이 적다면, 간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람들의 노동 열망이나 일할 마음은, 그 일 때문에 생기는 보상과 관계가 깊습니다.

 

보상을 받을 희망조차 없다면,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이 골치가 아프고 책임이 큰 간부 직업을 하는 것보다, 더 단순하고 쉬운 일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체제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북한 땅에서, 새로운 체제가 생길 것입니다. 새로 생길 체제에서도 고급 간부들을 비롯한 국가를 통치하는 계층은 불가피하게 일반주민들보다 잘 살 것입니다.

 

오늘날 북한 사회의 문제는 고급 간부가 돈이 많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북한의 기본 문제는 고급 간부가 되기 위한 규칙도 없고, 특히 그 간부들에 대한 민중의 감시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간부들의 출세 과정은 왜곡되고 고급 간부가 된 사람 중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 눈치를 잘 보는 사람, 집안의 배경이 좋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이 간부가 될 사람의 배경을 잘 알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출세를 하지 못하게 할 경우에도, 고급 간부들은 여전히 비싼 자동차를 타고 일반 사람들의 집보다 훨씬 좋은 집에서 살며 남자이면 비싼 손목시계, 여자라면 좋은 가방을 들 겁니다. 그러나 단 하나, 내가 또는 내 자식이 그 간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릴 겁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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