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러 경제협력 가능한가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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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는 무역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의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는 북한과 중국 사이의 무역에 비해서 수십 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보다 경제 구조 때문입니다. 북한이 국제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몇 가지의 물건에 러시아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 수출품의 핵심은 석탄과 같은 지하자원 그리고 수산물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세계적인 지하자원 수출국 중의 하나입니다. 수산물도 비슷합니다.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과 달리, 러시아인들은 수산물을 많이 소비하지 않습니다. 대신 러시아에는 수출을 위한 대형 원양 어선 업체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 교류는 순수한 무역보다 더 복잡한 형식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력 수출입니다. 노동력 수출이라는 말은 사실상 북한 파견 노동자들을 의미하는 경제 단어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1946년부터 소련에 입국하기 시작했고 2015년을 기준으로 약 3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노동자들은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역통계에서 보이지 않는데요. 하지만 3만 명으로 알려진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국가에 과제금으로 알려진 일종의 세금을 바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매년 2-3억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또 하나의 경제협력 방법이 있습니다. 북한의 항구를 통해 러시아 물건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15년 전, 러시아는 라선에서 부두를 임대했고 부두를 광궤, 즉 러시아에서 쓰는 넓은 철도 궤도를 깔아 러시아 철도와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라선을 통해 러시아 석탄을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노동자 파견도, 석탄 수출도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9년 이후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나라는,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고급 외교관들은 여러 차례, 미국과의 대립 때문에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노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돈을 벌러 러시아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연해주뿐 아니라 얼마 전까지 전투장이었던 우크라이나 동부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많은 탄약들이 남아있고 가끔 폭격이 있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 노동자들은 비싼 생활비를 받지 않으면 일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은 좋은 대체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라선 부두도 다시 가동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 순수한 무역은 여전히 활발하긴 어려운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팔 물건이 없고, 북한이 국제 시장 가격으로 러시아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파견 노동이나 항구 사용과 달리 이 문제는 국제법을 무시한다고 해도,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