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종파 싸움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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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더라도 한 가지 질문은 하게 됩니다. 과연, 정치국 구성원 가운데 종파분자의 딱지를 붙이고 처형되거나 옥사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1949년 기준으로 정치국은 10명의 정치위원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나중에 숙청당한 사람은 박헌영, 허가이, 리승엽, 김두봉, 박일우, 박정애 6명입니다. 바꾸어 말해1940년대 북한 혁명의 최고 지도자 중 다수는 외국 간첩이나 배신자였다는 얘깁니다. 이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믿을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1956년 8월 말, 극에 달한 북한 종파 싸움은 거의 모든 공산권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소련에서도 레닌 사망 이후 정치위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의 3분의 2 정도가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간첩과 배신자의 딱지를 쓴 채 처형되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공산당 총비서로 지내던 사람까지 1950년대 초 미국 간첩이라는 웃기는 구실로 숙청을 당하고, 고문을 받고, 자백하고, 처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즉 대부분의 공산국가에서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 그 지도자들은 서로 다투고, 숙청하고, 죽였습니다. 이 다툼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자신이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패배자들은 반역자, 외국 간첩으로 묘사됩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부분의 공산권 나라에서 혁명지도자 중 다수는 비극적인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다툼은 왜 일어났을까요?
물론 세계 어디에나 정치인들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싸웁니다. 문제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불가피하게 1인 독재자가 등장합니다. 독재자의 측근이나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고, 제일 꼭대기 자리는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자리를 놓고 다툽니다. 결국 이와 같은 정치체제에는 비상구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에 패배한 이후에도 문제 없이 살아 갑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패자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회주의 역사 첫 단계에서 그렇습니다.
또 이와 같은 다툼은 개인 야심 때문에 생긴 것이지만, 노선 차이의 문제도 있습니다. 대립하는 정치인들도 국가 사회주의 울타리에 있지만 노선의 차이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1950년대 김일성은 소련 영향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서 자주정치노선을 펼칠 꿈을 꾸었습니다. 또한 김일성과 그 지지자들은 중화학공업 발전, 특히 군수공업 개발에 열을 올렸습니다. 강성대국의 기초를 만드는 데 열중했던 것인데요. 김일성에 반대한 사람들은 경공업을 중심으로 한 평범한 백성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김일성의 성공은 오늘날 북한의 모습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반대했던 사람들도 사회주의 조선을 만드는 꿈을 꾸었습니다. 단지 그들이 꿈꾸었던 사회주의는 색깔이 조금 달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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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