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탈북’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8.22
[란코프]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탈북’ 20일 새벽 북한군 장병 1명이 강원도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며칠 전에 인민군 하사가 비무장지대를 건너서 한국으로 귀순했습니다. 사실상 걸어서 탈북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잘 다루지 않던 언론사들도 이 사건은 크게 다뤘습니다. 10년 전에 같은 일이 있었더라면 거의 보도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탈북 사건이 이토록 화제가 된 것은 탈북의 길이 막히고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의 숫자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탈북의 역사를 보면 크게 세 개의 시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대는 1953년 휴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40년 정도입니다. 당시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물론 38선에 주둔한 부대의 병사나 북한 공군 비행사들이 드물게 비행기를 타고 탈북했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교관이나 보위원들도 가끔 남한으로 귀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숫자는 굉장히 적어서 5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 온 탈북민의 숫자는 매해 5~10명 정도였습니다.  

 

1990년대 들어와 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탈북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됐는데요. 바로 중국 노선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 북한 국내에서는 이동의 통제가 너무 엄격해 주민들은 국경까지 갈 수 없었습니다. 려행증 특히 국경 도시까지 갈 수 있는 려행증을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됩니다. 뇌물을 조금 고이면 거의 아무 때나 어디에서든지 국경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중국도 가파른 경제 성장 속에서 노동자의 수요가 높았고 이 자리를 북한 사람들이 채웠습니다. 물론 중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들고 임금은 적은 일이었지만 북한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비하면 중국은 천국처럼 보였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북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갔습니다.

 

또 이들 중 많은 비율은 중국에서 북한 사람들을 체포해 강제 북송하자 안전한 곳을 찾아 남한으로 갔습니다. 중국보다 잘 사는 곳을 찾아 남한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중국에서 직접 남한으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몽골이나 태국과 같은 제3국을 경유했습니다. 한국으로 간 탈북민들이 크게 늘었고 2010년대 초반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의 숫자는 해마다 2,500명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상황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김정은은 외국에서 유학하고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나라의 안전과 체제유지를 위해 쇄국 정치를 해야 할 필요성을 자신의 아버지보다 잘 알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와 북한 정부는 구멍이 많아진 쇄국정책을 빠르게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감시를 다시 강화했고, 중국측 당국자들이 국경에서 경비를 강화하도록 설득했고 특히 북한측의 국경 지역에 경비와 감시를 전례없이 엄격하게 했습니다.  

 

결국 2010년대 들어와 북한을 떠나서 남한에 도착한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동안은 해마다 1,000명 정도를 유지했지만, 신형 코로나비루스 유행이 시작하자 100명, 200명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2023년 입국한 탈북민은 196명이지만 주로 중국 등 제3국에 머물다 한국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남한은 탈북자들이 거의 없었던 1960년대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새로운 상황에서 탈북자들 가운데 특권 계층의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2023년 입국자 중 엘리트의 비율은 2017년 이후 최대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현실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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