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두 국가 선언 이후 첫 ‘8.15’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8.15
[란코프] 북한의 두 국가 선언 이후 첫 ‘8.15’ 평양 시민들이 15일 평양의 개선문 거리를 걷고 있다. 8.15 경축 포스터가 보인다.
/A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최근까지 매년 8월 15일, 광복절 즈음에는 남북한 모두에서 통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북한 지도부는 남북통일 원칙을 포기했고 남한과 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8.15에는 북한 언론과 지도부에서 통일이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남한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는 최근 더 활발해졌습니다. 기본 이유는 한국 정치의 논리 때문입니다.

 

북한이 통일 원칙을 완전히 포기한 이유는 국내 체제 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평백성들이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 지를 알게 될수록 같은 민족인 자신들은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는지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불만은 당연히 정부를 향한 비판이 됩니다.

 

결국 북한 정부는 백성들을 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 남한은 같은 민족이 아닌 다른 국가, 적대적 관계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민중이 남한을 통일 대상이 아닌 ‘원쑤’로 보게 된다면 남한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조금 덜 부러워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 이것이 바로 통일을 포기한 북한 특권 계층의 희망이었을 겁니다.

 

그러면 남한은 어떤 상황일까요, 한국 정치는 진보와 보수가 다른 의견을 주장하며 대립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보수파도, 진보파도 남북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것은 한국에서 아직 민족주의 사상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보파는 연방제식 통일과 단계적 통일을 강조했고 반대로 보수파는 평화 통일을 말했지만, 이러한 통일이 무조건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사실상 1990년 독일과 같은 흡수 통일을 지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건 북한의 갑작스러운 노선 변화는 남한 진보 세력에 타격이 됐습니다. 그들은 수십년 동안 북한 지도부를 위험한 적대세력으로 보지 말고 통일로 가는 길의 길동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길동무가 갑자기 같이 가기 싫다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직 남한 진보 사상사들은 북한의 이런 변화에 어떤 반응을 할지 결정하지 못한 듯 보입니다.

 

반대로 보수파는 이 기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이야기, 특히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 이를 통해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한 사회에서도 갈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은 줄어갑니다. 젊은 세대는 북한을 독재 국가, 가난한 국가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국가로 여깁니다. 그러나 남한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계층은 인구 비중이 높은 40대부터 60대의 중장년 층이고 이들은 대체로 통일을 희망합니다.

 

따라서,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선언 이후 맞이하는 첫 광복절, 남한에서는 통일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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