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경공업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북한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7.11
[란코프] 경공업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북한 의류 임가공 작업을 하고 있는 평양의 애국모란피복공장 근로자들.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 6월 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북한 경공업 제품을 소개하는 전람회가 열렸습니다. 객관적으로는 이 행사는 큰 성공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러시아 측 기업은 나중에 북한과 협력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 희망은 별로 근거가 없습니다. 저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북한과 경공업 분야에서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경공업 기업들은 국제 기준으로 보면 장점도 약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란 당연히 값싼 노동력입니다. 경공업이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노동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산업입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 경공업 생산을 제일 많이 하는 국가들은 어렵게 사는 나라들입니다. 북한은 세계적 기준으로는 못 사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노동자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돈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같은 일을 하는 여성이 이틀 정도에 버는 돈과 비슷합니다. 이것은 북한 경공업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국내의 안전입니다.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법질서를 잘 지킵니다. 국내에서도 조직폭력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남아프리카나 남미의 수많은 나라들은 생활수준이 너무 낮고 노동자의 임금이 값싼 데도 외국으로부터의 투자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들 나라엔 폭력배들이 많고 부정부패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제일 나쁜 특징은 이들 나라 공무원 즉 간부들은 뇌물을 받아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들 나라는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지도 못하고 경공업을 비롯한 경제 발전을 이룰 희망도 없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생활수준과 생활비가 낮고 질서를 잘 지키는 나라인데도 왜 다른 비슷한 나라들처럼 국제시장으로 의류, 가발, 완구 등 경공업 상품을 수출하지 못하는 걸까요?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 경공업엔 유연성이 없고 외국 시장의 필요에 맞게 생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사는 나라에서 경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한다면 가장 큰 목적은 수출일 것입니다. 제품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들 나라 사람들은 그리 돈이 많지 않아서 국내에서 만든 의류나 소비품을 구입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해외로 수출하려면 제일 먼저 해외시장의 필요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도나 베트남(윁남)과 같은 나라들은 최근에 수출을 많이 함으로써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빠르게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바로 해외 시장의 필요에 맞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윁남)이나 인도의 경영자들은 해외로 쉽게 가고, 해외 주문자들과 자주 만나고, 해외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 주문자들은 현지의 특징에 맞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은 북한 사람들이 외국인을 만날 수 없게 만들고 당연히 외국 생활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게 합니다. 공장의 하급, 중급 간부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당연히 외국 기업가들은 공장에서 생산을 감독, 경영할 수 없습니다. 간혹 중국 사람들의 경우는 친족, 가족 관계를 이용해서 이 장벽을 넘어갈 수도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공업 개발의 장점과 잠재력이 많이 있음에도 북한 정치의 특징 때문에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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