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불가능한 등거리 외교의 꿈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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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은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늦었습니다. 당초 18일 저녁 늦게,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날짜를 넘겨 19일 새벽에 도착한 겁니다. 그러나 푸틴의 지각은 그의 개인적 특징을 재확인 시켜줬다는 측면보다 푸틴의 방문에 걸고 있는 북한의 기대와 희망을 더 잘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어떤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을까요?
아마 가장 큰 기대는 러시아의 군사 기술을 이전받는 것입니다. 또 러시아와 경제 협력과 무역을 발전시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희망도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이런 기대와 희망은 또 하나의 착각에 불과합니다. 현대 러시아는 중국 대신에 북한을 후원하는 나라가 되지 못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로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중요한 완충지대입니다. 북한에서 중국 수도인 북경까지 그리 멀지 않으며, 북중 국경 근처에 심양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 몇 개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중국처럼 국경 근처 완충지대로 생각한다고 해도, 북한이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지역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고, 도시뿐만 아니라 대규모 기업소도 없는 러시아 극동 연해주입니다.
둘째로 러시아의 경제 규모입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옛 소련 시대를 기억하고 있지만, 1990년대 초 옛 소련 연방이 15개 국가로 독립한 이후 러시아의 국력은 구소련에 미치지 못합니다.
어떤 국가든 경제 규모를 제일 잘 보여주는 지표는 총생산액인데요. 국내 총생산액 (GDP)을 보면 중국은 러시아보다 10배 더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총생산액은 17조 달러이고, 러시아의 총생산액은 1조 6천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대북 원조 금액은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러시아에는 훨씬 더 큰 부담이 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러시아의 대외정책입니다. 김일성은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30년에 걸쳐,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떤 국가와 특별히 가까워지지 않고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거리 외교를 실시했습니다. 김일성의 등거리 외교 정책은 소련과 중국이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서로 대립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소련에도, 중국에도 중요한 양보를 하지 않고 양측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에서 등거리 외교 정책은 불가능합니다. 러시아는 현재,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세계의 제재 대상이 되었는데요. 러시아 경제가 외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는 기본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을 대량 수입하며 러시아의 유일한 수출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사실상 중국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러시아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국가를 안정시킬 수 있고 이런 이유로 북한 문제로 중국과 대립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등거리 외교의 부활은 희망이 없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이 좋든 싫든 북한을 통제하는 국가는 중국일 겁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