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종교가 없는 국가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5.30
[란코프] 종교가 없는 국가 묘향산 보현사 법당에 북한 승려가 서있다.
/REUTERS

5월 30일은 북한에서 조선종교인협회가 창립된 지 35주년 되는 날입니다. 물론 이 단체는 가짜입니다.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의 종교 정책은 흥미로운 특징이 많습니다. 주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했을 때부터,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종교를 믿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믿는 종교가 달랐지만, 150년 전의 시대에는 무신론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초에 들어서며 마르크스를 비롯한 초기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이상주의적 사회상을 제시했고, 이 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무신론의 의무화를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종교가 사상적인 아편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태도는 공산권 국가 대부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1917년 혁명 이후에 러시아는 과거 제정 정권에서 대대적 지원을 받았던 종교를 탄압했습니다. 사실상 1930년대 말, 소련에서 교회 활동은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제2차 대전이 시작되자 소련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공산당은 종교에 대한 태도를 바꿨습니다.

 

태도를 바꾼 중요한 이유는 종교 사상이 민족주의와 관계가 있고, 전쟁 때 민중을 더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 말 소련군에 의해 점령되고 공산화된 대부분 동유럽 나라들은 1920~30년대의 소련에 비해 종교를 크게 탄압하지 않았습니다.

 

북한도 매우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공산당 초기 구성원들이 기독교 가정 출신들이었습니다. 한반도에는 19세기 말부터 근대 과학기술 정보가 주로 선교사들을 통해 확산됐기 때문에, 당시 지식인들 가운데 기독교인들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 북한의 종교 정책은 방향을 바꿉니다. 특히 소련의 통제에서 벗어난 1950년대 말부터 김일성과 그 지지자들은 종교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과 탄압을 이어갔습니다. 1960년대 들어와 북한 언론들은 북한이라는 나라에는 미신이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미신은 바로 종교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북한에도 어느 정도 비밀 종교 활동이 남아 있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종교가 없는 국가의 모습은 매우 기형적으로 비춰졌습니다. 1960년대 이후 세계 어디에나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세계의 사람들 대부분은 국가에 종교가 없다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단체들은 종교의 색채가 강한 외국 단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와 같은 협력은 북한의 가짜 종교단체 이름을 내세우면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1970년대 들어와 북한은 10여 년 동안 거의 없었던 종교 단체를 부활시킵니다. 1980년대 말까지 이들 단체는 완벽한 가짜 단체였습니다. 외교 부분에서 활용하기도 하고, 대남 선전선동에도 이용했습니다.

 

결정적인 변화는 198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북한에는 아주 작은 규모이기는 해도 종교 활동을 허가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몇 개의 교회가 생겼습니다. 물론 이들 교회는 심한 감시를 받고, 교회에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보다 사복 보위원이 더 많거나, 100% 보위원으로 예배당이 채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러한 기관은 존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선교사들과 만나서 북한 내에서 지하활동을 하는 종교 조직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북한은 세계적 기준으로 종교 인구의 비율이 매우 낮은 국가, 종교의 자유를 세계에서 가장 억압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