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은 왜 선대 유산을 정리하나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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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죽은 다음, 북한 국가의 영원한 주석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아들 김정일이 영원한 노동당 총비서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의 아들은 김정은은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조금 낮은 직위, 즉 제1비서 직위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1월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김정은은 갑자기 노동당 총비서가 되었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의 주장과 정반대로 고 김정일은 총비서의 위치를 영원히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북한을 제외하면, 사망한 사람이 국가의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당연히 대통령이나 주석, 총통이 퇴임하거나 죽는다면 다른 사람이 이 직위를 계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김정은의 결정은 김정은 시대의 한 가지 흥미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상적 유산이 보이지 않게 천천히 제거되는 경향입니다.
얼마 전, 북한에 등장한 양국론 즉 두 개의 국가론도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도, 김정일 시대도 평화통일만큼 중요한 구호는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화통일의 달성은 북한의 모든 사회, 정치 문제를 기적적으로 해결할 방법으로 주장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 동안 김정은 정권은 북한에서 평화통일이라는 옛 사상 기반을 속도전 방식으로 철거하고 있습니다. 통일의 포기는 오늘의 현실을 인정한 것이지만, 북한 사상 문화에는 크나큰 도전입니다. 선군정치도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그만두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북한 언론에서 선군정치라는 말은 사라졌습니다.
더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4월, 김정은은 대원수 견장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요. 왜냐하면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죽기 직전인 1992년 4월에 대원수 칭호를 받았고, 아버지 김정일은 죽은 후에야 이 칭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마흔 살도 되기 전에 스스로 대원수 칭호를 받은 것입니다.
또한 관영 언론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언급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의 최고 명절이었던 태양절 즉 김일성 생일은 과거보다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태양절이라는 단어도 별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어떤 의미일까요? 한편으로 김정은의 이러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통치자로서 40대 초반에도 자신이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그늘에 여전히 있다는 것에 불편과 불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옛날식 통치 방법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고, 오늘날 세계의 현실과 자신의 개인 특징에 맞은 통치 방법을 선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상 독립 선언은 위험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김정은이라는 사람이 나라를 통치하는 핵심 이유는 김일성의 손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정은과 고급 간부들 그리고 가족들이 전통을 지나치게 외면한다면 민중들이 그들의 권력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