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만 기억하는 ‘쁠럭불가담운동’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8.29
[란코프] 북한만 기억하는 ‘쁠럭불가담운동’ 지난 1월 우간다 캄팔라의 무뇨뇨 교외에서 열린 제19차 정상회의에서 비동맹운동(NAM) 회원국 지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REUTERS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북한 외무성은 지난 25, 웹사이트에 올린 '세계 자주화와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위하여'라는 글에서 "쁠럭불가담운동(비동맹운동)의 리념을 고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북한은 세계에서는 이름조차 희미해진 이 운동이 오늘날까지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너무 멉니다.

 

쁠럭불가담운동이 역사에서 사라진 지 수십 년 됐으며 여전히 관련 행사가 가끔 열리지만 행사 참가들은 정부의 수뇌가 아니라 장관, 차관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 역사는 쁠럭불가담운동 창시자들이 희망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쁠럭불가담운동 역사는 1950년대 중엽 시작됐고 60년대 말 70년대 초까지는 영향력이 컸습니다. 현재 120개 회원국으로 구성됐고 북한은 1975년 8월, 회원국으로 합류했습니다.

 

쁠럭불가담운동 참가 국가들은 압도적으로 식민지 국가 출신이었습니다. 이들 나라는 빈곤했고 그 빈곤의 이유가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의 잔재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독립을 선언한 식민지 출신 국가들이 함께 행동한다면 세계 질서를 바꾸고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말 들어와 발전도상 나라들은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부 나라는 국내에서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정책을 도입하였습니다. 좋은 사례는 남한이나 중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빈곤했지만 수십 년 만에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기술이나 공업을 발전시키지 못 했지만 운이 따랐습니다. 예를 들며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들은 막대한 지하자원을 수출해 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발전도상국 대부분은 지하자원도 없었고 공업을 발전시키지도 못했습니다. 이들 나라는 쁠록가담운동의 시기보다 잘살게 됐지만 세계 기준으로 여전히 잘 사는 국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핵심은 이제 이들이 주장하던 빈곤의 이유가 명분을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애초 제국주의와 식민지 때문에 경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과거 1950년대 말 스리랑카와 남한, 중국은 대체로 1인당 소득 수준이 비슷했지만 오늘날의 스리랑카의 소득은 3,300달러, 중국의 소득은 그보다 4배인 1만 3,000달러이며, 남한의 소득은 10배인 34,000달러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연히 제국주의 때문이 아니라 이들 나라들이 그동안 실시해 온 경제 정책과 국내 정치 때문입니다.

 

또 회원국들 사이에도 이익 관계가 나뉘었습니다. 예를 하나만 살펴봅시다. 발전하지 못한 아프리카 나라들 대부분은 자원을 국제시장에서 비싸게 팔기를 원합니다.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해야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은 석탄 등의 자원이 국제 시장에서 저렴할수록 좋습니다. 국제 정치에서는 공유하는 경제 이익과 국가 이익이 있어야만 단결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역시 잘못된 경제 정책과 국내 정치적 선택으로 전혀 발전하지 못 한 국가로 남아 있는데요, 쁠록가담운동 회원국 중 이제 북한과 국가적 이익을 나누길 원하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어떤 국가에서는 역사 교과서의 한 줄이 돼버린 옛 동맹을 북한만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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