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김정은의 ‘두 국가론’과 동독의 교훈
2024.11.05
2024년 11월 9일은 자유, 민주주의, 번영, 서독 형제들과의 통일을 원하는 동독 젊은이들이 망치를 들고 독일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을 붕괴한 35주년 기념일입니다. 동독 사람들은 1945년부터 1989년까지 쏘련 (소련)의 지배를 받으며 공산주의 독재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살았습니다. 정반대로 서독 사람들은 미국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민주주의와 경제강국이 되었습니다.
동독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보다 조금 더 잘하고 있었지만, 민주 자본주의 서독에 비해서는 몇 십년 뒤처져 있었습니다. 동독은 소련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였고, 서독은 입헌주의 복지 국가였습니다. 서독에는 정치적 자유와 언론의 자유, 다당제가 있었지만 동독의 언론은 국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었습니다.
동독은 약 88,000명을 정치범 수용소 또는 구금시설에 수감했으며 언론의 자유, 의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이 없었습니다.
1989년 서독은 동독에 비해 경제가 훨씬 더 강하고 번영했는데, 이는 주로 서독의 자본주의 제도가 경제 성장과 혁신을 촉진한 반면 동독의 중앙 계획 공산주의 경제는 정체되어 생활 수준이 낮아지고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 서독은 시장 경제가 번성하는 주요 수출 강국이었지만 동독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부족과 비효율적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독 독재 정권은 1945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공산주의 독재하의 동서독 통일을 목표로 하고 통일은 동독 사상의 핵심 원리였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동독은 모든 면에서 서독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 1974년 9월 27일 동독 정권은 헌법을 개정하여 독일 국가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고, 통일 이념을 포기하고, 실제로 '독일'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거의 최소한으로 줄었습니다. 수정된 문서에서는 소련과의 연대와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한 국가가 두 개의 국가로 분리되어 있고 두 국가 중 하나가 통일에 대한 생각을 포기한다면, 그 국가는 경쟁에서 절망적으로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독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동독, 즉 독일민주공화국이 사라지고 서독, 즉 독일연방공화국에 편입되는 것이었습니다.
2024년 김정은 정권 하에 북한을 보면 1974년 동독 헌법 개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일성 사상을 보면 ‘민족’과 ‘애국주의,’ ‘통일’ 이념의 중요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할아버지의 사상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는 올해 초부터 나타났습니다. 2024년1월 30일, 5일차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때 김정은은 남북한이 '통일될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 석상에서 선언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지도자는 남북 관계를 '동족, 동질, 민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습니다.
김정은은 왜 ‘남북한 통일’ 이념을 부인하면서 남북한이 더이상 ‘민족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할까요? 이유는 주로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김정은은 자신의 신격화를 위해 할아버지에 대한 숭배와 남한과의 통일 사상을 포함한 김일성주의로부터 유래한 이념을 타락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둘째, 김정은은 북한 젊은이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한국에서 밀수입되는 정보, 즉 영화, 음악 및 기타 영상물에 점점 더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한류’는 북한의 사회,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북한 젊은이들의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동독은 1974년 헌법을 개정하여 '두 국가론'을 확립했는데, 이는 더 이상 서독과 경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두 국가론’을 확립한 것은 북한이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에 뒤처지고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냉전 종식 35년 후 과연 한반도에서도 동서독 통일과 같은 기적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요? 독일 사람들은 1945년 분단되기 전 1815년 오스트리아 빈 회의 (빈 회의, Congress of Vienna)이후 독일 연방 정치체제 하에서, 1834년 관세동맹 (Zollverein)이후 같은 경제체제 하에서 약 130년 동안 살았습니다. 동서독은 제2차대전 직후 1945년에 분단되었다 45년 후인 1990년 10월3 일 동독 정권이 무너지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서독, 즉 독일 연방 공화국으로 흡수 통일되었습니다. 남북한 사람들은 분단되기 전 같은 언어, 문화와 전통을 나누며 같은 정치체제 하에 천 년 동안 살았습니다. 통일의 비용이 높아도 남북한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운명에 관한 문제입니다.
한 나라의 운명은 독재자의 변덕으로 바뀔 수 없습니다. 한 민족의 운명은 오직 국민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결권이 필요합니다.남북한 통일 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은 북한의 검증가능한 완전한 비핵화, 민주주의와 인권개선, 경제, 사회, 정치 개혁과 개방입니다. 결국 핵, 미사일, 인권유린, 반 인륜 범죄를 포함하여 북한을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하나 뿐입니다. 그 해결책은 번영하는 세계 경제강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과의 협력 하에서의 통일입니다. 김정은의 ‘두 국가론’은 1974년 동독 헌법 개정에 따른 ‘두 국가론’처럼 실패하고 말것입니다.
에디터 이상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