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연말행사
2018.12.25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입니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세계에서 부활절과 함께 가장 큰 명절입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가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식이나 형식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명절이기도 합니다. 동유럽 나라들은 1980년대말까지 공산주의 독재 국가였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크리스마스를 자유로이 보낼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아주 깊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서양권 문화에서 시작이 된 만큼 미국과 한국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크리스마스 날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젊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날이면 데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선 크리스마스 날 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크리스마스 대표 음식인 크리스마스 푸딩, 케이크 등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고 나면 각자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서로 주고 받습니다.
북한도 크리스마스 날이면 대외 선전용인 대표적인 칠골교회와 봉수교회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도 하고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가 아닌 다른 종교를 신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의 의미조차도 모릅니다.
크리스마스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즉 전날인 12월 24일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충성의 노래 모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지냅니다. 이러한 ‘충성의 노래모임’은 말 그대로 국가에 충성하고 주민들의 사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사상 훈련 중에 하나입니다. ‘충성의 노래 모임’을 준비하는 동안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식량배급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체력소모가 많은 노래연습을 시키기 때문입니다. ‘충성의 노래 모임’은 무조건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노래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 일과가 끝나서야 진행이 되고,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서 저녁에 모임을 가지기 위해서는 촛불을 켜놓고 밤 늦게까지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충성의 노래 모임’ 행사가 끝나면 각 공장, 기업소, 학교 마다 망년회 준비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망년회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연말의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합니다. 망년회는 한국의 송년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망년회를 하는 방식은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의 연말은 당과 군, 공장, 기업소, 여맹조직, 청년학생 등 단체별로 연간 결산과 연 생황총화가 일제히 시작이 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마냥 즐거운 시간만은 아닙니다. 연말 결산총화 때에는 단체별로 한 해 맡은 과업을 달성 했는지에 따라 한 해 동안 있었던 개인의 잘못도 비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긴장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형식적인 행사들이 끝나고 나면 12월 31일 망년회 날 술 한잔을 기울이다 보면 호상비판을 통해 얼굴을 붉혔던 사람들도 서로의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며 연말을 보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연말은 미국, 한국이나 다른 나라와 같이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시간이 아닌, 결국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시간이 될수 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