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로므니아 혁명과 북한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0.12.22

매년 12월17일부터 25일까지 로므니아(루마니아) 주민들은 31년 전 자유를 되찾은 주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로므니아는 다른 동구라파 나라들처럼 1989년 공산주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그 때 다른 동유럽 나라들은 무혈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체제를 없앴지만 로므니아에서만 유혈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로므니아 주민들은 1945년 소련군의 군화발에 짓밟혀 공산주의 독재 국가가 됐으며, 1965년부터 1989년까지 25년 가까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독재 체제에서 살았습니다. 차우셰스쿠 정권 이전의 공산주의 독재 하에서도 로므니아 사람들은 엄청난 탄압을 받았습니다. 특히 로므니아 왕이 1947년12월30일 강제로 왕위에서 물러난 후 구소련과 로므니아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탄압이 매우 심했습니다. 그당시 로므니아도 북한처럼 정치범 관리소를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공산당의 의심을 받던 수만 여명의 지식인과 엘리트 계층, 즉 판사, 변호사, 군 장교들, 사업가들, 공무원들, 국유화를 반대하던 노동자들, 협동 조합화를 반대하던 농민들이 정치범 관리소에 수감되었습니다. 물론 1962년 정치범관리소를 없앤 후에도 공산주의 당국은 구속과 암살, 고문, 정신병원 강제 입원, 그리고 다른 수단을 통해 반체제 인사들을 계속 탄압하고 박해했습니다.

1960년대 초반부터 로므니아는 어느 정도 개방되기 시작하며 경제도 좋아지고 책과 영화나 TV시리즈,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서구라파 문화까지 어느 정도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65년 로므니아 지도자가 된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처음에 방문할 때 김일성 전 국가주석과 우호 관계를 맺었고 북한식 독재자 신격화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래서 로므니아를 북한과 비슷한 독재국가로 변화시키려 했습니다. 따라서 1980년대 말 인권유린과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로므니아 주민들 중 차우셰스쿠 정권이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동유럽 나라에서 자유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로므니아 주민들은 결국 독재체제를 무너뜨릴 힘을 모았습니다.

1989년 12월 17일, 로므니아 서부에 있는 ‘티미쉬아라’라는 도시에서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티미쉬아라는 유고슬라비아와 마쟈르(헝가리) 국경에 가까우며 북한의 신의주처럼 밀수입과 비공식적 시장 활동이 활발한 도시였습니다. 로므니아 당국은 바깥세계의 정보를 심하게 통제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몰래 듣던 외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티미쉬아라 사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만에 혁명은 온나라로 퍼졌습니다.

조급했던 차우셰스쿠는 로므니아 수도 부꾸레슈띠 중심가에 있는 공산당 본부 베란다에서 수 천명의 주민들을 모아 놓고 또 연설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 25년 동안 차우셰스쿠의 연설 때마다 그를 "위대하신 영도자"라는 구호를 외쳤던 군중은 독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쳐대기 시작했습니다. 25년 동안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차우셰스쿠는 옆에 있던 아내와 공산당 간부들과 함께 공산당 본부 건물안으로 즉시 도피했습니다. 이날 밤 차우셰스쿠와 그 일당이 공산당 본부건물 안에 피신해 있는 동안 로므니아 수도인 부꾸레슈띠에서는 반공산주의 혁명이 크게 번졌습니다.

1989년 12월 22일 아침 밀레아(Milea) 국방장관은 민간인을 죽이라는 명령을 더이상 지키지 못해 자살했고, 새로 국방부 장관이 된 스턴쿨레스쿠(Stanculescu) 장군도 대학살을 자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민간인들을 죽이라는 독재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그 때부터 로므니아 군인들은 더이상 독재 체제를 보호하지 않고, 민간인과 손을 잡았습니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인 엘레나는 헬기를 타고 외국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로므니아 군에 의해 생포되었습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성탄절 차우셰스쿠 부부는 군사 재판을 받고 사형 당했습니다. 그들이 사망하자 내전으로 붕괴할수도 있었던 로므니아 전역에서 시위는 그쳤습니다. 드디어 로므니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되는 길이 열렸습니다.

북한 독재정권은 동구라파 공산독재 정권들이 무너진지 31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1994년7월과 2011년12월, 독재 권력세습이 두번이나 이뤄졌습니다. 북한 내에서의 정치탄압은 1980년대 로므니아보다도 훨씬 더 심합니다. 1989년말 로므니아의 인구는 2천3백만명이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인구는 2천5백만명입니다. 당시 로므니아 ‘세쿠리타테’ (Securitate)라는 비밀경찰 요원은 1만4천명이나 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공안기관 요원수는 그당시 로므니아보다 훨씬 더 많은 2십7만 명이나 됩니다. 로므니아 군 명령 계통은 군인 뿐이었습니다. 북한의 경우 인민군 명령 계통은 군과 당, 공안기관의 세가지나 되어 감시가 훨씬 더 심합니다. 인민군 장교들은 무엇보다도 충성도가 높은 당원입니다.

로므니아 군 장교들은 무엇보다도 군인이고 그 다음이 독재자를 숭배하던 공산당원이었습니다. 공산화 되기 전 로므니아는 1866년부터 1947년까지 80년 넘게 입헌 군주 국가였습니다. 북한은 봉건 조선 왕조, 일제강점기, 소련식 공산주의 등 지난 600년 가까이 전체주의 정치체제밖에 몰랐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경우 개혁과 개방, 변화를 꿈꾸는 것이 31전의 자유를 되찾은 로므니아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류 역사상 영원한 독재는 없었습니다. 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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