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김씨 왕조, 안전한 곳이 없다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13.12.17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맞아 12월17일 추모행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의하면 중앙미술박물관에서 전시회가 개막됐으며 개막식에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용진 내각 부총리를 포함한 여러 고위간부들이 참가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강성대국의 기상’이라는 제목으로 조선화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김정일 정권 때보다도 김정은 정권하에 북한의 상황은 ‘강성대국’과 완전히 반대입니다. 북한 당국이 ‘백두혈통’을 부각하여 김정은 개인 숭배를 강화하려고 하지만 김씨 왕조를 유지하기 위한 권력세습이 이뤄질 때마다 새로 들어선 정권은 과거보다도 더 잔인하고 북한의 경제 관리는 엉망이며, 일반 주민들을 더 심하게 탄압합니다. 김정은 정권의 ‘공포 정치’에 의해 탈북하려는 주민들,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들은 주민들, 한국 TV 드라마를 밀수입된 DVD로 본 주민들, 지하 그리스도교인들뿐만 아니라, 리영호 군총참모장이나 김씨 일가의 핵심부에 속한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까지 숙청됐습니다.

김정은 독재체제하에서 북한의 신뢰성은 계속 하락해 왔습니다. 2012년2월 29일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일시 중지하고 미사일 발사도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그 합의를 위반하고 2012년 4월13일,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 3차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인 케네스 배 씨를 1년 넘게 억류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그렇겠지만, 바깥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을 당한 것은 끔찍한 사건입니다. 또한 고모부가 처형을 당한 후 웃으며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공개된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일반주민들과 간부들을 희생시키고, 많은 사람들을 정치범관리소에 수감시켰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차원이 다른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과 협력을 하여 북한 관광투어와 같은 대북 사업을 운영하는 외국인 단체들도 장성택 사건 때문에 북한의 위험도를 다시 고려해야 할 현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권력 세습이 두 번이나 이뤄진 북한은 중세의 왕국을 떠올리게 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공화국’이라 주장하면서 자유 선거가 아닌 권력 세습을 통해 독재자의 가족 안에 권력을 유지하는 경우는 북한뿐이 아니었습니다. 권력세습이 이뤄졌던 또 다른 경우는, 19세기 남미국가인 파라과이, 20세기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와 하이티, 아프리카의 토고, 콩고, 가봉과 지부티, 중동의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구 소련 국가인 아제르바이잔 등입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인권을 심하게 유린하고 정치탄압이 심하며 경제상황이 나쁜 독재국가라는 것입니다. 자식이나 형제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같은 가족 안에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러한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스스로 ‘민주주의 공화국’이라 주장하면서 ‘대통령,’ ‘총리,’ ‘수상,’ ‘당 총리비서’라 주장하지만, 사실 중세의 왕이나 황제와 별 다른 점이 없습니다.

반대로 인류의 역사를 보면 권력 세습이 이뤄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라크의 독재자이던 ‘사담 후세인’은 아들인 ‘우다이’나 ‘쿠사이’에게 권력을 넘기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30년동안 독재자이던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로부터 2000년에 권력을 물려받았지만, 지난 2년동안 내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아사드 정권은 불안에 빠져 있습니다.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많이 비슷했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에서는 차우셰스쿠 정권이 1989년 반공산주의 혁명에 의해 무너져 독재자 막내 아들인 ‘니쿠’가 정권을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는 북한에서 권력세습이 두 번이나 이뤄졌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독재정권은 영원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김씨 일가의 정권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북한 고위간부들도 장성택 처형 사건을 교훈 삼아 김정은 정권하에서는 어디든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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