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식량배급과 독재정치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1.12.14
[스칼라튜] 식량배급과 독재정치 식량배급을 타는 북한주민들의 모습.
/연합

지난 2년 가까이 북한 정부는 코로나 방역 명목으로 북중국경을 심하게 통제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생존수단으로 이용해 온 장마당, 농민시장, 암시장과 다른 경제 활동까지 탄압해 왔습니다. 그래서 현재 북한 주민들의 식량, 인권 등 인도적 상황은 매우 안좋습니다. 북한 정부는 김씨 일가 정권 생존에 필요한 핵무기, 미사일과 다른 군 관련 자금 조달에만 집중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시장경제를 탄압하는 북한 정부는 김정은과 김씨 일가에 충성하는 사람들에게만 식량을 배분하는 등 불평등한 식량 배분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현 상황을 생각하면 로므니아(루마니아) 공산주의 독재 체제하에 자랐던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당시 로므니아도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1989년 12월까지 식량부족 문제가 있었습니다.


북한의 독재정부가 식량을 주민 탄압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산 독재 시대의 로므니아 상황과 비슷합니다.


80년대 김일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로므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모든 로므니아 사람들에게 식료품의 일정한 배급량만 공급하라 명령했습니다. 즉, 독재자는 국민들이 무엇을 먹고, 얼만큼 먹을 수 있는 지를 공산주의 정권의 법령으로 정했습니다.


차우셰스쿠가 정한 식량은 그 양이 너무 부족한데다 품질도 않좋고 식품 공급 제도도 너무나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우유, 빵, 설탕, 계란이나 식용유와 같은 기본적 식료품을 사기 위해 주민들은 몇 시간동안 줄을 서야 했습니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질이 안좋은 비누, 면도날이나 화장지와 같은 위생 필수품도 줄을 서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게에 들어온 식품과 생활 필수품량이 모자랄 것을 아는 주민들은 새벽부터 온 가족이 교대해서, 줄을 서야했습니다. 새벽부터 할아버지가 낙농품 가계 앞에 줄을 서 우유를 산 다음 , 할머니는 빵집 앞에 줄을 서 빵을 사고, 또 다른 가게에 식료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이들이 다른 가계 앞에 줄을 서 식료품을 사곤 했습니다. 당시 로므니아의 독재자는 외화를 벌기 위해 로므니아산 식료품을 수출했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식량 부족을 독재 체제의 탄압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주민들은 식료품과 생활 필수품을 얻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느라 독재정권의 정치나 경제에 대해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현재 김정은 정권 하에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현 상황처럼 1980년대 로므니아 독재자의 가족과 공산당 간부들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수입 치즈나 양주까지 당원 전용 가게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었습니다. 로므니아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담당하던 그리 많지 않은 로므니아 사람들도 영어로 이름 지은 "샵"이라는 외화 전용가게에서 그런 식료품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당원 전용가게나 외화 전용가계를 구경도 못했습니다. 그것은 김정은과 북한 지도층 인사들이 수십가지의 산해진미로 외국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먹을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굶고 있는 사람들은 먹을 것을 얻으려 혼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지만,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로므니아의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 중 식량부족은 큰 몫을 한 사실이 그 점을 입증합니다. 로므니아의 이런 사례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북한 정권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방보다 주민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합니다.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붕괴된 후 로므니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면서 중앙계획 경제제도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추진해 왔습니다. 31여년이 지난 지금 그 덕분에 식량 문제는 해결되었고 로므니아는 유렵연합과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때 식량부족 때문에 고생하던 로므니아 아이들은 나중에 건강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북한의 식량위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특히 북한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경제 개혁정책을 추진해서 식량 위기를 해결한다 해도 어린 시절 영양결핍을 겪은 북한 아동들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탄압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전보다 더 심각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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