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국군포로 송환’ 동유럽의 교훈

그렉 스칼라튜· 루마니아 출신 언론인
2011.12.13
성탄절과 신정이 가까울수록 가족모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갇힌 한국 국군포로와 한국과 다른 나라 납북자들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가족과 상봉하지 못하며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약3년전 한국 정부는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귀환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그러한 방안을 다시 고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까지 한국에서 북한으로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6.25전쟁 때 붙잡힌 국군포로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도 이들이 자진해서 북한에 남아 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위한 금전적 보상을 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그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귀환시키기 위해 북한에 현금이나 물자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옛날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전례를 생각하면 이러한 방안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에 독일말로 ‘자유를 산다’는 의미의 ‘Freikauf’라는 정책이 서독에 있었습니다. 몇 십 년 동안 동독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오기 위해 동독으로 현금과 물자를 지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동독 공산주의 정부의 입장에서 그것은 아주 구미 당기는 조건이었습니다. 동독 정부는 공산주의 독재를 반대하던 반체제 인사들을 서독으로 추방하면서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 중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루마니아는 몇 십 년 동안 다른 나라의 현금과 물자 지원을 받고 25만 명의 소수 민족에게 이민을 허가해 루마니아를 떠나게 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여권을 받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일반인이 이민 신청을 할 경우 직장을 잃고 구속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외국 영사관에 공식적으로 이민을 신청하기보다는 위험한 망명의 길을 택했습니다.

루마니아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숭배를 위한 커다란 건물과 대 광장을 만들기 위해 외화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정치 탄압, 특히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을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극악무도한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모든 루마니아 사람을 탄압하면서도 소수 민족인 유태계와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더 심하게 탄압했습니다. 그래서 서독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는 루마니아에 살던 독일계와 유태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정부와 비밀 조약을 맺었습니다.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는 몇 십 년 동안 유태계와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이민을 허가해 주면서 이스라엘과 서독 정부로부터 많은 현금과 물자 지원을 받았습니다. 루마니아 정부가 보상을 받고 유태계와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 25만 명을 이스라엘과 서독으로 보낸 조치는 돈을 벌면서 소수 민족을 ‘청소’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서독과 이스라엘 정부가 독일계와 유태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에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합리적인 대책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25만 명을 공산주의 ‘지옥’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유태계나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이스라엘과 서독으로 많이 보낼수록 외화를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그들이 이민 신청을 더 많이 하게끔 그들을 더 심하게 탄압했습니다. 또 유태계나 독일계가 아닌 루마니아 사람까지도 가족 이민으로 외국에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민 허가를 해주곤 했습니다. 이스라엘이나 서독 정부가 유태계나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차우셰스쿠 정부에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수 민족의 청소와 인권 탄압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구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며 서독의 ‘Freikauf’과 같은 보상 정책을 고려하면서 한국 정부는 동서독의 전례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의 교훈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북한 정부는 보상을 받지 않아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한국으로 보내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북한에 경제 지원을 포함한 보상 정책을 고려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 문제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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