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김주애와 독재자 딸들의 교훈
2023.12.1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딸 김주애를 약 1년전인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관련 공개행사에 처음으로 등장시켰습니다. 그 당시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23년 11월말 김정은 총비서와 딸 김주애가 북한 항공절 다음 날인 11월 30일 공군 시설을 같이 방문했다고 방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김주애를 ‘샛별 여장군’이라 칭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아직 어린 아이인 주애를 등장시키면서 김씨 일가 제3권력세습을 위한 과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내는것일까요? 제4세대를 키우면서 김씨 왕조의 미래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요? 김정은이 딸과 함께 미사일 발사를 관람하면서 핵개발 관련 전문가, 학자, 기술자들을 그 만큼 믿는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아버지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발전을 평가하려고 출퇴근하면서 딸을 그냥 데리고 가는 것인가요?
확실한 답은 최고지도부와 조직지도부의 지시를 받는 선전선동부만 아는 것이겠죠.
그러나 독재자의 딸이라 하면 살펴볼 만한 교훈이 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로므니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아내 엘레나는 생전에 2남1녀를 두었습니다. 이들 중 첫째 아들과 딸은 정치와 거리를 두었지만 둘째 아들은 달랐습니다. 막내 아들 ‘니쿠’는 공산당 청소년회장으로 활동해 그가 차우셰스쿠의 뒤를 이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1989년말 로므니아에 반공산주의 유혈 혁명이 일어나자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 엘레나는 군사재판에 의해 사형을 당했습니다. 차우셰스쿠 부부의 막내 아들인 ‘니쿠’는 1996년 9월 26일 45살때 간암으로 사망했습니다. 2006년11월 21일 차우셰스쿠의 딸 ‘조야 차우셰스쿠’도 남동생인 ‘니쿠’가 사망한지 10년이 지난 2006년 11월 21 사망했습니다. 사망할 당시 쉰 일곱 살이었으며 줄담배를 즐기던 그녀의 사망원인은 폐암이었습니다.
‘조야’의 부모는 그녀가 외무부에 들어가 대사가 되길 바랐지만, ‘조야’는 대학을 다니면서 수학을 전공했습니다. ‘조야’의 대학 친구들에 의하면 조야는 능력 있는 수학자였습니다. 그래서 ‘조야’의 부모는 그녀가 수학자가 된 것이 못마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위해 ‘로므니아 수학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조야’는 어느 정도 반항심을 가졌지만, 반정부 인사가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독재자의 딸로 식량 부족과 인권 유린이 심하던 로므니아에서 화려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그녀가 독일제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를 로므니아의 수도인 부꾸레쉬띠 (부쿠레슈티) 거리에서 몰고 다니는 모습이 시민들의 눈에 가끔 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수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한 동기의 어머니가 정치적인 이유로 구속됐지만, ‘조야’는 아버지에게 부탁해 친구의 어머니를 풀어주도록 했습니다.
독재자의 아내인 엘레나는 딸인 조야를 엄격하게 키우려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항상 반대했고 ‘조야’는 따라다니던 비밀경찰 요원들에게 방해를 받았습니다. 결국 차우셰스쿠 부부는 ‘조야’가 그들의 편에 설만한 배경이 완벽한 사람과 연애하도록 해 결혼을 허락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자의 딸이 부모에게 정치적으로 반항하는 경우는 차우셰스쿠의 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옛 쏘련 (소련)의 독재자 스딸린 (스탈린)의 딸인 ‘스베틀라나’는 아버지가 사망한 지 14년이 지난 1967년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꾸바 (쿠바) 공산주의 독재자인 카스트로의 딸인 ‘알리나’는 스탈린의 딸처럼 외국으로 망명한 후 세상을 돌아다니며 토론회나 연설을 통해 아버지의 잔인한 독재 체제와 꾸바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였습니다.
독재자의 자녀들에게 여러가지 다양한 삶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보다 더 권력을 남용한 사람도 있었고, 외국으로 망명하여 독재체제를 비판한 사람도 있었고 아버지의 야망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역사를 교훈삼아 좀 더 이상적인 경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날 독재자의 말로를 되돌아보면 독재자의 자녀들은 대개 비참했던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우체스쿠의 딸 ‘조야,’ 스딸린 (스탈린)의 딸인 ‘스베틀라나’나 꾸바 (쿠바) 공산주의 독재자인 카스트로의 딸인 ‘알리나’도 생애를 비극적으로 마침으로써 사람들 마음에서 서서히 잊혀져 갑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딸인 주애는 나중에 북한의 지도자가 되어 나라를 개방하고 현대화 시킬 수 있을지, 아버지를 따라 비인간적 범죄를 자행하는 독재자가 될지, 북한을 탈출하여 세상을 돌아다니며 김씨 일가의 범죄를 폭로하는 인물이될지, 아니면 백두혈통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그냥 조용히 살 것인가 의문을 가져봅니다.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