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에 여성 지도자?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2.11.29
[스칼라튜] 북한에 여성 지도자?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이번 기념촬영에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ICBM 발사장에서 처음 공개했던 둘째 딸과 이번에도 손을 꼭 잡고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앞으로 여성 최고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그것은 김씨 일가의 기록을 보면 전례없는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관련 공개행사에 또 다시 딸 김주애를 등장시켰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보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최근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여정은 지난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 한국과 특히 한국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막말 비난을 쏟아 냈습니다.


물론 얼마 전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장면을 참관할 때 딸 뿐만 아니라 아내 리설주도 데리고 갔습니다.  2011년 12월 김씨 일가의 두번째 권력세습이 이뤄진 후 북한 언론은 리설주를 김정은의 부인으로서, 북한의 지도자와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의 공개활동 모습을 자주 보도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젊은 지도자로서 김정은은 아내와 함께 다니는 무게 있는 유부남으로 보이려 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하는 나라들이 많지만 여성 지도자들 또한  있습니다. 그 여성 지도자들은 능력과 인기가 많으면서도 강한 남성 정치인, 아버지나 남편의 유산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예를들면 인디아(인도)의 첫총리 겸 건국 아버지 자와할랄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는 3대까지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파키스탄 전 총리 줄피카르 알리 부토의 딸 베나지르 부토도 두번이나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또 필리핀 반독재 인사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의 아내인 코라손 아키노는 필리핀 마르코스 독재 붕괴 후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첫 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박정희 딸인 박근혜도 한국 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이 모든 강한 여성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비극을 겪었습니다. 인도의 총리 인디라 간디, 필리핀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남편인 베니그노 아키노,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을 당했고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의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는 쿠데타로 처형을 당했습니다. 강한 아시아-태평양 여성 지도자들의 권력은 비극으로부터 유래됐다고 볼수 있습니다.


전 독재자들의 부인의 운명은 어땠을까요? 로므니아 (루마니아)의 엘레나 차우셰스쿠는 국민들이 인권 유린, 식량 부족이나 언론 검열로 많은 고통을 겪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재산을 모으고 권력을 휘두르며 독재자 남편에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국의 지앙칭도 많은 권력을 누리며 남편 마오쩌둥 다음으로 힘이 센 인물이 되었습니다. 아르헨띠나의 에바 페론은 남편과 함께 독재자 숭배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는 부패와 욕망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독재자이던 남편들의 힘으로 권력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고자 했지만 결국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는 점입니다. 로므니아의 엘레나 차우셰스쿠는 반공산주의 독재 혁명이 일어나 1989년 12월에 남편과 함께 사형을 당했습니다. 중국의 지앙칭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재판을 받아 1981년에 구속되었고 안 좋은 건강 상태로 감옥생활을 하다 교도소에서 나와 77세 생일을 열흘 앞두고 자살했습니다. 33세인 아르헨띠나의 에바 페론은 자궁암으로 1952년에 사망했습니다.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도 1986년 무혈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난 뒤 추방당한 남편이 1989년 사망한 후 필리핀으로 돌아갔지만 남편 정권 때의 부패 때문에 재판을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권력세습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김씨 일가 핵심부, 특히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세번째 권력세습 과정을 준비할 겁니다. 북한의 4대 김씨 일가 지도자를 선택하려면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에 여성 지도자는 없었지만, 백두혈통, 능력, 노동당 부부장과 같은 경력이 있다면 여성이지만 조직지도부에 의해 선택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 여성 지도자가 탄생한다면 개혁과 개방, 긍정적 변화가 가능할까요? 김씨 일가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 온 것이 아니라, 통제와 탄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안타깝지만 북한의 여성 지도자는 강해 보이기 위해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 정권보다도 더 참혹한 주민 탄압과 반대파 숙청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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