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국제부녀절’과 북한 여성들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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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올 해는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냥 기념일만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생각해보는 날입니다. 여성의 권리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투표권 등 모든 인권은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것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미국에서 유래한 기념일입니다. 1908년 약 1만5천 명의 미국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고 투표권을 얻기 위해 미국의 동부 대도시인 뉴욕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서유럽에서 1910년부터 3월 8일이 여성의 날로 선포되었고, 1911년 3월19일에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첫 번째 행사가 독일에서 열렸습니다. 그 이후 제2차 대전 때까지 이날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제2차 대전 이후, 여권 신장론과 여성 인권 운동이 활발하던 1960년대에 들어서 3월8일의 의미와 중요성은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마침내 1975년 유엔에 의하여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북한도 이 날은 여성의 날로 지정했지만 북한이 부르는 명칭과 그 의미는 ‘세계 여성의 날’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이날을 여성권리를 기념하는 것보단 북한의 정권과 최고지도자를 숭배하는 행사로 지냅니다. 북한은 이 날을 ‘국제부녀절’ 이라고 지칭합니다. 해마다 ‘국제부녀절’이면 북한 여성들은 공장, 기업소, 동네 별로 여성들만 따로 모여 음식도 만들어 함께 나눠먹고 여러 가지 놀이도 하면서 이날을 즐겁게 보냅니다.

북한에서 3월8일 행사의 의미는 전 세계의 여성들과 같이 거리에 나가 여성의 권리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북한의 여성들이 매일매일 시장에 나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고달픈 삶 속에서 ‘국제부녀절’ 만큼은 자신들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 것입니다.

북한 여성들의 삶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장에 나가 돈을 버는 것은 물론이고, 가정 생활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여성들은 후방에서 나라와 군인들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식의 사상 교육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길이 곧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고, 여성이 해야 하는 최고의 보람찬 일이라고 교육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북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위해 시위에 나서는 세계의 여성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잘못된 관념을 북한 여성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은 여성을 위한 북한 노래인 ‘녀성은 꽃이라네’ 라는 노래 가사에도 남아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여성은 가정에서는 가정에 충실하고, 나라에도 충성을 다하고 조국을 받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있습니다.

또한 북한 정권은 마치 이날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착취와 억압에 시달려 살아온 여성들을 위한’ 날인 것처럼 왜곡합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회주의 제도 아래서 정치적 권리와 자유가 보장된 북한 여성들이 남녀가 평등하게 잘 살고 있다고 사상교육을 시킵니다.

그러나 사실 북한 여성들은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정치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북한 내부에서는 온갖 노동에 동원되고, 해외에서는 중국, 로씨야 (러시아)와 동구라파로 외회벌이를 위해 동원되어 왔습니다. 해외로 파견되어 일해 온 수 많은 북한 여성들의 월급은 타국 노동자의 30%도 채 되지 않으며 노동착취 뿐만 아니라 철저한 사상교육 때문에 정신적 고통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고 있는 가정의 꽃, 나라의 꽃들은 해외에서 김씨 일가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갈 뿐 진정한 꽃으로 살아가지 못합니다.

북한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유엔 협약’을 2001년 2월27일에 비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성권을 포함한 모든 인권을 심하게 유린합니다. 유엔은 북한 정권에 의한 심각한 여성권 침해를 엄중하게 비난해 왔습니다. 2014년 2월 발행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에서 성별 및 성분에 따른 차별은 매우 심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 식량배급 제도가 무너지자 생존하기 위해 장마당, 농민시장과 암시장에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에 의하면 시장경제 및 화폐 유입으로 돈을 지불해야 기초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면서, 가난하고 불리한 성분의 상당수 주민, 특히 여성은 추가적인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지위가 높은 여성, 취약계층에 있는 여성 모두를 차별한다는 점에서 냉전시대 이후 지난 30년 가까이 북한 내 여성 차별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에 의하면 성폭력 또한 만연합니다. 하지만 피해 북한 여성들은 어떠한 보호나 지원 서비스, 법적 구제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식량권 및 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여성들 을 인신매매 및 매춘으로 몰고 갔으며 표현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원천 봉쇄가 여성의 권리 주장 기회를 박탈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수집한 증언 및 자료 조사에 근거해, 북한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의해 반인도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이 살인, 노예화, 고문, 구금, 성폭행, 강제낙태, 기타 성폭력, 정치·종교·인종·성차별적 근거에 따른 박해, 강제 이전, 강제실종, 고의적으로 장기적 기아를 유발하는 비인도적 행위에 의해 많은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당국의 허가 없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여성들의 경우 인권침해가 심각합니다. 예를들면, 함경북도 12호 전거리 교화소에 1,000여명 여성 수감자들 중 약 800여명이 중국으로부터 강제북송된 여성들입니다. 1951년 유엔난민조약에 의하면 그 여성들은 정치적 난민입니다. 그들이 강제북송을 당한 다음에 고문, 구속과 비인간적 반인륜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 당국은 그들을 계속 강제북송을 시켜 왔으며 북한 정권에 의한 구금과 처벌, 고문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서 탈북여성들이 자신들이 겪은 인권 참상을 통해 이미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정권만 찬양하는 북한의 ‘국제부녀절’과 세계 여성의 인권을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는 확실히 다릅니다. 진정한 ‘세계 여성의 날’ 이 북한 여성들에게도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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