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억울한 ‘러시아 파병’ 북한 병사들
2024.10.21
북한이 1만 2천명의 군인을 러시아에 파병한다는 뉴스가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남한 국가정보원에 의하면 러시아 태평양 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지난 8~13일 동안 북한 청진,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했다고 합니다. 조만간 북한군 특수부대의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되어 총 1만 2000여 명의 부대가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군복과 장비를 지급받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게시되고, 군복 사이즈 측정을 위해 만든 한국어 설문지도 공개되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의 병력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유출된 미국의 기밀 문건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손실을 18만 9,500∼22만 3,000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3만 5,500∼4만 3,000명이 전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강제 징집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쟁으로 인해 주민여론이 악화되어 정권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 아닌 군사작전으로 묘사하면서, 강제징집 대신 돈으로 병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쟁초기에는 돈으로 구입하는 병력이 타국인이었지만 최근 들어 병력부족이 심각해지면서 파격적인 금전을 미끼로 러시아인의 자원입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인의 월급은 2,500여 달러로 일반인 월급의 3배가 넘습니다. 그 외에도 참여 선불금, 가족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보조금 등을 합하면 모스크바 시민인 경우 1년에 약 6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쿠바 용병도 월 2천 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군인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면 그에 대한 대가도 돈으로 지불합니다. 그래서 돈이 요구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군인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닙니다. 모든 북한 주민과 마찬가지로 병사들도 자신의 생명에 대한 선택권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보통 국가가 파병할 때에는 그 이유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국회의 의결을 거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누구의 의견도 묻지 않았고 이 사실을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도자의 결심이 절대적인 국가이므로 그럴 필요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파병의 대가로 많은 외화를 받게 되겠지만 해외 노동자들처럼 북한 병사들에게 차례지는 돈은 매우 적을 것입니다.
북한 군인들의 참전은 정당성도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공이 옳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국가도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조차도 심중하게 하고 있습니다. 오직 북한만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고 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정의의 전쟁에 참가한다고 교육받았겠지만 실제로는 부정의의 전쟁에 동원된 것이고, 이 전쟁에 참전한 경력은 본인의 인생에서 불명예스러운 것이 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이 외화도 벌고 군사기술도 넘겨받고 군사협력을 통해 안전보장도 받는 등 여러 가지 이득이 있다고 보았을 것이지만 사실 이것은 북한 정권의 고립과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 시키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북한 당국은 가장 어려운 전선 투입을 자청할 것이고 따라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사랑하는 자녀와 형제, 친구들을 잃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 파병은 당면하게는 러시아에서 물자가 들어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켜, 북한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군인들은 러시아에서 생활해보면 북한에서 군인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열악했는지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 파병의 실상이 알려지면 북한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반감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