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어머니들의 고통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아
2024.11.18
[김현아] 북한 어머니들의 고통 사진은 지난해 12월 평양에서 개막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모습.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11 16일은 어머니의 날이었습니다. 이날 북한 당국은 어머니들을 축하하는 동시에, 당과 혁명을 위해 더 헌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은 어머니날을 제정하고, 어머니 대회도 빈번히 개최하고, ‘공산주의어머니영예상도 신설하는 등 이전보다 어머니들을 사회주의체제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어머니들은 과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 행복해졌을까요?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이 훌륭하게 성장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유아기에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기 어려워 배를 곯게 하고 학령기에 접어들면 교육을 뒷받침 해주고 싶어도 열악한 교육환경과 경제적 한계에 부딪칩니다. 그런 속에서도 어머니들이 힘들게 아이들을 키워 놓으면 북한 정부는 이들을 군대로 데려갑니다.

 

특히 북한당국은 아들딸을 많이 낳아 훌륭하게 키워서 군대에 보내는 것을 어머니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느 국가에서나 군 복무는 어렵고 힘듭니다. 그러나 북한 군 복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합니다. 북한의 군복무 연한은 8~10년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깁니다. 군인들에게 필요한 음식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늘 배를 곯아야 합니다. 군복이나 생필품도 부족합니다. 1년에 한 벌씩 공급하는 여름 군복과 2년에 한 벌 공급하는 겨울 군복조차 정상으로 보장하지 못해 입던 군복을 되돌려 공급하는 상황입니다. 어머니들은 군대에 간 자녀들이 영양실조나 그로 인한 합병증에 걸릴까봐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어머니들은 자녀를 조금이라도 식량공급이 잘 되는 곳으로 보내려고 군대모집 때부터 없는 돈을 다 털어서 군사동원부 배치담당자에게 뇌물을 바칩니다. 물론 효과는 거의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어머니 마음인 것입니다. 자녀들이 부대에 배치된 후에는 영양보충을 하고 부족한 군복이며 생필품을 사서 쓸 수 있도록 다달이 돈을 보내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가 군복무를 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의 어머니들은 또 다른 고통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아들들이 파견되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북한 병사들이 전쟁터로 보내지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의 파병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2년여 동안 약 60만 명에 달하며 그중 사망자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매일 약 1,000명 이상의 군인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는 상황에서, 낯선 환경과 언어 장벽을 가진 북한 병사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낯선 전장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일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수많은 어머니들이 군대에 보낸 자식을 영양실조로 잃었으며, 평시에도 군 복무 중 사건 사고로 자녀를 잃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의 사망은 그 규모와 충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무기와 병사를 제공하며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과 자금을 얻으려는 동안, 어머니들에게는 자식을 잃은 슬픔만 남게 됩니다.

 

그럼에도 당국은 "김정은 동지는 어머니들의 꿈과 염원을 이루기 위해 위민헌신의 장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선전하지만, 정작 어머니들은 자녀의 파병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억울한 현실 속에 살아갑니다.

 

북한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강조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한없이 고단합니다. 어머니날의 겉치레 속에서 과연 북한의 어머니들은 진정 축하받을 자격을 얻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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