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는 없다?
2024.11.11
11월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제3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 북한은 90여 나라로부터 인권개선 권고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권고안에 답변하는 자리에서 자국 인민들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에서 이른바 정치범 수용소를 운운하는데 우리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나 정치범 수용소라는 표현이 없으며, 반국가범죄자와 교화소만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그들을 일반 범죄자들과 분리해 교화소에서 교화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정치범 수용소 대신 ‘관리소’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관리소는 북한식 정치범 수용소의 이름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도 살인, 강간, 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있으며 이들을 가두는 곳을 교도소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감옥을 교화소라 부릅니다. 북한의 일반 죄수들을 수용하는 교화소와 정치범들을 구금하는 관리소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헌법에는 공민이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자유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지도자나 당의 정책에 대해 반대되는 의견을 표현하거나 종교를 믿으면 정치범이 됩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이러한 행위로는 정치범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민주주의국가에서도 반국가적 행위를 한 사람은 범죄자가 되지만, 그 수는 매우 적으며 일반범죄자와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구금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정치범은 교화소가 아닌 관리소로 보내집니다.
교화소에 구금된 사람의 경우 가족이 상황을 알 수 있으며 면회도 허용됩니다. 그러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면 가족과의 연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외부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사망하더라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관리소가 극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관리소의 실상을 알지 못합니다. 설사 극소수 사람들이 운 좋게 구사일생으로 관리소에서 나왔다고 해도, 자기가 있던 곳에 대해 절대 비밀을 유지할 것을 서약하고 나오기 때문에 그곳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관리소를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무서운 곳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탈북민이 늘면서 요덕관리소에 수감되었던 강철환, 북창관리소에 수감되었던 김혜숙 등 관리소에서 겨우 벗어난 몇몇 사람들이 증언하면서 북한 관리소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관리소는 혁명화구역과 진짜 수용소구역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혁명화구역에는 연좌제로 인해 붙잡혀 온 가족들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혁명화구역에서 풀려난 사람은 몇몇 있지만, 본인이 죄를 지어 수감된 수용소구역에서 살아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따라서 진짜 정치범들이 구금된 감옥의 실상은 아직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나치독일의 아우슈비츠(오스벤찜) 수용소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관리소 역시 오스벤찜 수용소와 다름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합니다. 유엔의 「강제 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에 따르면 강제 실종이란 국가가 사람을 체포·감금하여 자유를 박탈한 후, 자유 박탈 사실을 부인하거나 실종자의 생사 또는 소재를 은폐해 실종자를 법의 보호 밖에 놓이게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북한의 관리소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제 실종 범죄를 자행한 범죄자들입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으로 북한은 요덕관리소와 회령관리소를 해체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개천관리소와 화성관리소 등 여전히 많은 관리소가 남아있으며, 이곳에는 19만여 명의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하루빨리 해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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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