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숫자가 없는 북한 경제
2024.01.01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지나간 한해를 돌이켜보고 새해 결심을 다짐합니다. 남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새해 결심 1위는 건강을 위한 운동, 2위는 자기를 성장시키기 위한 공부나 자격증 취득 또는 새로운 취미생활 등의 자기계발이라고 합니다. 3위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 4위는 생활의 안정을 위한 저축, 5위는 금연이라고 합니다. 북한주민들의 새해 결의는 무엇인지 조사할 수 없지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어떻게 하든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의 연말 연초는 개인들이 결의를 다지는 시기가 아니라 국가가 결의를 다지는 기간입니다. 지난 연말에도 북한은 당중앙 전원회의를 열고 2023년의 성과로 정찰위성 성공적 발사, 농업과 건설을 비롯한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자랑했고 새해에도 역시 국방력 강화, 경제 문화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한 과업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에서 가장 중시하는 숫자는 없었으며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사실 북한도 1960년대 초까지는 경제관련 수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963년 7개년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년에 비한 증가율 정도만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래도 경제가 잘 나간다고 자랑하던 시기에는 총체적인 성장률 정도는 발표했으나 경제가 하락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부터는 이것마저 중지했습니다. 수령을 절대화 하는 북한체제에서 경제가 침체된다는 것은 곧 수령의 영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죽을 각오가 없이는 경제침체를 보여주는 숫자를 발표하자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세계에서 경제 관련 숫자, 즉 통계수치를 발표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된 것입니다.
그 대신 남한에서 북한의 통계수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한의 통계청은 2022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2022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이 1년 전보다 0.2% 감소하면서 3년째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43만원 즉 1,100여 달러로 1년 전보다 0.5% 늘었지만 남한의 4,249만원 즉 약 33,000 달러와의 격차는 29.7배가 되어, 2021년의 28.6배 보다 더 커졌습니다. 북한 주민 한 명이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 에너지는 1,982㎉로 1년 전보다 2.4% 감소했으며 북한의 전기 생산량은 남한의 4.4% 수준이었습니다. 남북의 대외 무역액 격차는 거의 900배에 달했습니다. 2022년 남북한의 1인당 소득 격차는 2013년 21.7 배에서 2022년 30배로 커졌습니다.
북한은 작년에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이후 10여 년 동안 평양시에 들어선 아파트들과 유희장을 비롯한 문화시설을 화면에 담으면서 경제 분야에서도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전년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몇 채라는 숫자만 밝혔을 뿐 국가의 경제성장률이나 국가의 총생산액, 1인당 국민소득 등 경제상황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도 경제 분야에서 국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남북의 경제 격차나 이전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보여주는 것처럼, 북한의 경제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의 통제경제체제에 있습니다. 올해에도 시장경제가 더 위축될 것이며 따라서 주민들이 돈 벌기 더 힘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국방 분야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했으니 핵 미사일개발을 계속하게 될 것이고, 그런 이유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벗어날 희망도 없습니다.
경제가 낙후되어 숫자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북한경제는 2024년 올해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